"의원실에 靑출신 자리 만들라"…민주당 보좌관 '실직 쓰나미'
입력
수정
지면A6
여의도 와이파이국회의원과 보좌진을 포함해 약 3000명이 근무하는 국회 의원회관은 요즘 더불어민주당에 몰아닥친 ‘인사 태풍’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정권 재창출 실패로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 나가 있던 민주당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국회 보좌진으로 복귀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의원실선 9명 중 6명 해고
지방선거 이후 '2차 태풍' 우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A 의원은 이달 초 의원실에 근무하던 보좌진 9명 중 6명에게 “이달까지만 일하고 짐을 싸라”며 면직 의사를 통보했다. 행정과 수행 등을 담당하던 일부 6~9급 비서관(옛 비서)을 제외한 나머지 전원을 한꺼번에 해고하기로 한 것이다.A 의원실은 한 달 뒤 기존 보좌진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청와대 행정관 출신 등으로 채우기로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권교체로 다음달 9일이면 직장을 잃게 될 청와대 근무자들이 돌아갈 자리를 확보하라는 지침이 (당에서) 암묵적으로 내려왔다”며 “당내 입지가 약한 초선 의원실이 주로 이런 요구를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나가 있는 민주당 출신 어공은 100여 명 규모로 추산된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각 부처 장관 정책보좌관과 공공기관 감사 등으로 나가 있는 당 출신 인사를 모두 합하면 대략 1000명에 달한다”며 “이 중 절반만 국회로 돌아와도 지금 민주당 보좌진(1500여 명) 중 3분의 1이 물갈이되는 셈”이라고 했다.
벌써부터 보좌진 사이에선 추가적인 ‘실직 쓰나미’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산하기관 등에 나가 있던 인력 중 일부가 국회로 복귀하는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면직 통보를 받은 보좌진은 “그나마 해고 의사를 한 달 전에 미리 알려주는 ‘면직 예고제’로 과거와 달리 이직을 준비할 여유가 생겨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국회 보좌진은 국가공무원법상 언제든 해고가 가능한 별정직 공무원이다. 당일 문자로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달부터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런 부당한 관행은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해고 예고제에 따라 보좌진 면직 30일 전까지 ‘직권면직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