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해양] ⑫ '탄소 저감은 필수' 생존 걸린 해운·조선 업계

탈탄소 전략 밝힌 국제해사기구…무탄소 선박 전환은 선택 아닌 필수
탄소 배출 감소는 전 세계 해운·조선 업계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9일 한국선급 등에 따르면 국제 해사 업계의 탄소 감축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이다.

IMO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 저감 초기전략(GHG Strategy)을 발표하며 해사 업계에 탈탄소화를 본격화했다.

IMO는 선박 운송업무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년까지 40% 줄이고, 2050년까지는 7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연간 온실가스 총량을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최소 50% 저감하기로 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로 IMO는 2023년부터 기존 운항 선박을 중심으로 2가지의 강력한 조치를 시행한다.
우선 IMO는 2013년부터 새로 건조되는 선박에만 적용하던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를 기존 운항하는 선박에 확대해 적용하는 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EEXI)를 시행한다. EEXI는 선박에 탑재된 엔진의 성능과 운송능력, 속력과 에너지효율 정도 등을 기반으로 표준화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것이다.

EEXI 규정을 만족하지 못하는 선박은 엔진 출력을 제한해서 선박의 최대 속도를 낮추거나, 에너지 저감 장치를 탑재해 출력제한을 최소화하면서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는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

육상으로 치면 최대 100마력 출력이 가능한 차량을 구매해 잘 쓰고 있었는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를 못 맞추면 차를 최대 60마력의 속도로만 달릴 수 있도록 제한을 거는 것으로 매우 강력한 조치 중 하나다. 빠른 운송이 곧 기업 실적과 연결되는 해운업계에서 탄소 배출을 저감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조치다.
IMO는 선박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탄소집약도지수(Carbon Intensity Indicator, CII)도 시행할 예정이다.

각 선박은 검증 결과에 따라 A등급부터 E등급까지 5단계 등급을 부여받는데, 하위의 D등급을 3년 연속 받거나 최하위의 E등급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시정조치 계획을 수립해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외항 운송 사업에 등록된 선박 약 880척 중 85%가 현존선 에너지효율지수(EEXI) 규정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또 2020년 운항 정보를 기반으로 680척의 탄소집약도지수(CII)를 계산해 본 결과, 약 34%가 낮은 등급인 D∼E 등급인 것으로 조사 됐다.

IMO의 조치는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강화될 예정이라 탄소 저감은 결국 해사업계 생존권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 조선업계는 화석연료이지만 탄소 배출은 적은 과도기적 형태인 LNG 연료 중심의 저탄소 연료 선박 건조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국내 조선은 LNG 선박 등 저탄소 전환 시기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시 중국을 누르고 세계 1등 조선 국가로 다시 도약한 상태다.

하지만 결국은 수소나 암모니아, 메탄올, 바이오 연료 등을 이용한 '무탄소' 선박으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만큼, 또 다른 대비는 필수적인 상황이다. 선박의 온실가스 관련 규정 적합성을 검증하는 한국선급의 김연태 기술본부장은 "이미 글로벌 선도 선사들은 과감한 행보를 시작했고, 현재 어떤 무탄소 연료도 기술적으로 성숙도가 완전하지 않은 만큼 한가지 연료가 아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이러한 움직임을 견지하고 미래 연료와 새로운 엔진, 기술 개발 등에 있어 각 산업 간의 협업을 통해 전략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