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여의도 벚꽂길에 상춘객 붐벼…"3년만에 봄다운 봄"

가족·연인·친구와 사진 '찰칵'…"내년엔 마스크 벗고 올 수 있길"
방역 우려에 일방통행·음식물 섭취 통제…축제도 진행 않기로
서울 낮 기온이 23도까지 오르며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9일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은 3년 만에 완전히 열려 상춘객을 맞았다. 토요일인 이날 낮 12시께 서울 영등포구 윤중로 벚꽃길 일대는 연분홍빛 꽃을 감상하며 봄 기운을 느끼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오전 한때 빗방울이 떨어졌던 서울 하늘이 맑게 개면서 시민들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에 나섰다.

윤중로는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봄에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전면 통제됐고, 지난해에는 추첨을 통한 예약제로 운영했다. 올해는 방문 제한이 모두 사라져 이날 오전 8시부터 벚꽃길 보행로가 전면 개방됐다.

주부 노유정(35)씨는 남편과 두살배기 딸과 함께 꽃을 올려다보며 활짝 미소지었다.

노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아기가 두 돌이 돼서야 난생 첫 꽃구경을 나왔다"며 "오늘 바람도 너무 좋고,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봄 정취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함께 꽃길을 걷는 노인의 얼굴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박모(74)씨는 "오늘 창평, 공주, 평창, 인천 등 방방곡곡에서 친구들을 모아 같이 왔다.

그동안 나이가 있어 마음대로 못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꽃을 마주하니 정말 좋다"며 웃었다. 시민들은 외투를 벗어 한쪽 팔에 걸치거나 웃옷 소매를 걷어 올리며 따뜻한 봄 날씨를 즐겼다.

벚꽃과 닮은 연분홍색 마스크를 쓴 이들도 많았다.
흐드러진 벚꽃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느라 분주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다는 김지수(24)씨는 쉴새없이 벚꽃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김씨는 "10년쯤 전,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 방문하는 건데, 나무가 굵고 꽃이 풍성해져서 마치 서울이 아닌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라고 했다.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아직 하루 10만명이 넘는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해 영등포구청과 영등포경찰서 등은 방역과 질서 유지를 위해 벚꽃길 현장을 일부 통제했다.

보행로 한가운데에는 울타리를 설치해 상춘객들이 한쪽으로만 통행하도록 하고, 안전 통제 요원들은 벚꽃길을 진입하는 이들에게 일일이 손 소독제를 뿌려 줬다.

안내 요원들은 사진을 찍거나 음료수를 마시러 마스크를 벗는 이들을 발견하면 즉시 제지했다.

다만 동시에 입장하는 상춘객이 수십 명 이상일 정도로 북적이면서 통제가 잘 안 되는 모습도 목격됐다.

한 요원은 "일방통행이 원칙이지만 방문객들이 너무 많아 통제가 쉽지 않다"며 "마스크를 벗는 분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때에도 눈치가 보여 어렵다"고 했다.

전날에 이어 현장을 찾아 방역 상황을 점검한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시민분들이 밀집되지 않게 여러 가지 신경을 쓰고 있고, 문화 행사나 부스 운영 등 축제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년 전 교제를 시작한 연인과 함께 처음으로 이곳 벚꽃길을 찾았다는 주현우(31)씨는 "오랜만에 꽃을 보니까 좋기는 한데, 다시 확진자가 확 많아질까 우려되기는 한다"면서 "내년에는 아예 코로나 걱정이 사라져 마스크를 벗고 여기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여의도 벚꽃길은 전날 정오부터 18일 정오까지 교통 통제가 이뤄진다.

서강대교 남단∼의원회관 사거리 사이 여의서로(국회 뒤편) 1.7km 구간은 일반 차량은 물론 전동 킥보드와 자전거 통행이 전면 통제된다.

벚꽃길 보행로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된다. 벚꽃길 진·출입은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와 의원회관 사거리에서만 가능하고 한강공원에서 여의서로 벚꽃길로 올라오는 통행로는 모두 통제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