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기재부 추경호 시대…EPB·모피아 '하이브리드' 시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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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되면서 해묵은 경제기획원(EPB)과 모피아 간 경쟁 구도도 새 국면을 맞을 지 관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재부 출신인 추 부총리 후보자는 양 세력을 대표하는 정책과 금융 두 분야를 모두 거친 '하이브리드' 경력을 갖고 있는 흔치 않은 인물이어서다.
EPB와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칭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한국 경제관료의 양대축을 상징하는 말이다. 기획재정부의 전신은 1994년 정부 행정조직개편으로 탄생한 재정경제원이다. 재경원은 1960년대부터 정책과 예산을 맡았던 EPB와 세제, 금융을 담당한 재무부가 통폐합된 부처였다.1994년 합쳐졌지만 두 세력의 경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기재부 차관~1급이 포진한 행시 35회(1991년 입사) 안팎은 재경원 설립 이전에 공직에 들어온 인물들이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기획·예산 기능을 분리해 만든 기획예산처 출범으로 현재 과장급인 40회 초반 기수까지도 유사한 구분이 생겼다.
이들의 전공은 대체로 과거 EPB와 재무부의 영역에 따라 한 쪽으로 구분된다. '정책통' '예산통'은 EPB, '금융통', '세제통'은 재무부 라인인 셈이다. 정책과 예산을 함께 거친 인물들은 더러 나왔지만 두 세력을 아우르는 경력을 갖춘 '하이브리드'형 인물은 거의 없었다.
추 후보자는 EPB와 재무부를 상징하는 정책과 금융 분야를 모두 거친 당대 기수에서 흔치 않은 경력을 갖췄다. 그는 1981년 제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3년 총무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환경청 등을 거쳐 1987년 당시 기획과 예산을 담당하던 EPB에서 본격적인 경제 관료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사무관~서기관 시절 정책 분야를 돈 그의 경력은 1999~2002년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 미국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면서부터 전통의 재무부 요직인 금융 라인을 밟는다. 그는 당시 기획예산처와 분리돼있던 재정경제부로 돌아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을 거쳤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재정경제부의 금융 정책 기능이 금융위원회로 분리된 뒤 그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이어 부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에선 거시정책·국제금융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공직 전반기는 EPB, 후반기는 재무부의 길을 걸은 셈이다.
유사한 경력을 가진 인물은 추 후보자와 함께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올랐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재무부 출신으로 추 후보자보다 한 기수 선배인 임 전 위원장은 기재부 최초로 재무부 요직인 금융정책국과 EPB의 핵심인 경제정책국에서 모두 국장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매년 공무원노조 기재부 지부가 주관하는 사내 투표에서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꼽힌 바 있다. 이들이 후배들에게 신망이 높았던 것은 양 세력을 아우르는 포용력도 한 몫했다는 후문이다.기재부 장관직은 이명박 정부 이후 EPB가 주도권 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모피아 견제가 문재인 정권에서도 이어지면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를 맡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모두 EPB 출신이다. 행시 25회인 추 후보자는 26회인 김 대표, 29회인 홍 부총리보다 선배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부총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하이브리드 부총리의 탄생에 기재부 내에선 차기 차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내부 승진이 가능한 1급은 재정경제원 출범 전 공직에 입문한 행시 34~36기로 구성돼있다. 이들 중에도 추 후보자와 같은 하이브리드 경력은 찾기 힘들다. 1차관엔 윤태식 세제실장이, 2차관엔 최상대 예산실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장관과 차관 사이의 기수 차이가 10년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31회), 조규홍 전 재정관리관(32회),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34회)등 기재부 출신으로 외부에 나가있던 인사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PB와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칭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한국 경제관료의 양대축을 상징하는 말이다. 기획재정부의 전신은 1994년 정부 행정조직개편으로 탄생한 재정경제원이다. 재경원은 1960년대부터 정책과 예산을 맡았던 EPB와 세제, 금융을 담당한 재무부가 통폐합된 부처였다.1994년 합쳐졌지만 두 세력의 경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기재부 차관~1급이 포진한 행시 35회(1991년 입사) 안팎은 재경원 설립 이전에 공직에 들어온 인물들이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기획·예산 기능을 분리해 만든 기획예산처 출범으로 현재 과장급인 40회 초반 기수까지도 유사한 구분이 생겼다.
이들의 전공은 대체로 과거 EPB와 재무부의 영역에 따라 한 쪽으로 구분된다. '정책통' '예산통'은 EPB, '금융통', '세제통'은 재무부 라인인 셈이다. 정책과 예산을 함께 거친 인물들은 더러 나왔지만 두 세력을 아우르는 경력을 갖춘 '하이브리드'형 인물은 거의 없었다.
추 후보자는 EPB와 재무부를 상징하는 정책과 금융 분야를 모두 거친 당대 기수에서 흔치 않은 경력을 갖췄다. 그는 1981년 제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3년 총무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환경청 등을 거쳐 1987년 당시 기획과 예산을 담당하던 EPB에서 본격적인 경제 관료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사무관~서기관 시절 정책 분야를 돈 그의 경력은 1999~2002년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 미국 근무를 마치고 복귀하면서부터 전통의 재무부 요직인 금융 라인을 밟는다. 그는 당시 기획예산처와 분리돼있던 재정경제부로 돌아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을 거쳤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으로 재정경제부의 금융 정책 기능이 금융위원회로 분리된 뒤 그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이어 부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에선 거시정책·국제금융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냈다. 공직 전반기는 EPB, 후반기는 재무부의 길을 걸은 셈이다.
유사한 경력을 가진 인물은 추 후보자와 함께 경제부총리 하마평에 올랐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다. 재무부 출신으로 추 후보자보다 한 기수 선배인 임 전 위원장은 기재부 최초로 재무부 요직인 금융정책국과 EPB의 핵심인 경제정책국에서 모두 국장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매년 공무원노조 기재부 지부가 주관하는 사내 투표에서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꼽힌 바 있다. 이들이 후배들에게 신망이 높았던 것은 양 세력을 아우르는 포용력도 한 몫했다는 후문이다.기재부 장관직은 이명박 정부 이후 EPB가 주도권 잡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모피아 견제가 문재인 정권에서도 이어지면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를 맡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홍남기 부총리 모두 EPB 출신이다. 행시 25회인 추 후보자는 26회인 김 대표, 29회인 홍 부총리보다 선배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 부총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첫 하이브리드 부총리의 탄생에 기재부 내에선 차기 차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이 경합하는 모양새다. 내부 승진이 가능한 1급은 재정경제원 출범 전 공직에 입문한 행시 34~36기로 구성돼있다. 이들 중에도 추 후보자와 같은 하이브리드 경력은 찾기 힘들다. 1차관엔 윤태식 세제실장이, 2차관엔 최상대 예산실장이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장관과 차관 사이의 기수 차이가 10년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31회), 조규홍 전 재정관리관(32회), 방기선 아시아개발은행(ADB) 상임이사(34회)등 기재부 출신으로 외부에 나가있던 인사들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