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감당하겠다"…공시가 3억 뛴 송도 집주인들 '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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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천 공시가 29% 상승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재산세 부담이 커졌지만, 상승률이 전국 상위권인 인천은 조용한 분위기다. 공시가가 50%가량 오른 송도국제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집주인들은 온라인상에서 재산세 부담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지만, 관할구청에 항의하거나 단체로 이의신청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인천의 강남' 송도 50%대 급등
"1주택자, 세 완화 방안에 조용"
"다주택자, 아직 체감 못하고 있어"
지역 내에서는 송도 집값이 오르면서 '똘똘한 한 채'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공시가 상승으로 '인천의 강남'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꺼이 재산세를 감당하겠다는 집주인도 있다. 무엇보다 송도에 똘똘한 한채를 가지고 있는 1가구 1주택자는 세 부담 완화 방안 수혜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보다 17.22% 상승했다. 지난해 19.05% 오른 데 이어 2년 연속 치솟았다. 올해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인천으로 전년 대비 29.33% 상승했다. 전국 평균보다 12%포인트 웃돌았다.
송도국제도시의 공시가 상승률은 50%를 넘어섰다. 2022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송도더샵파크애비뉴’ 전용 84㎡ 공시가는 지난해 6억100만원에서 올해 9억5500만원으로 3억5400만원(58.90%) 치솟았다. 인근에 있는 ‘송도더샵퍼스트파크15블록’ 전용 84㎡도 같은 기간 6억1400만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3억1600만원(51.46%) 급등했다.지난해 송도 아파트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바이오 단지 조성 기대감에 크게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인천 아파트값은 22.56%로 전국에서 가장 많이 뛰었다. 송도국제도시가 있는 연수구만 놓고 보면 33.11% 상승했다. 최근에는 집값이 주춤한 분위기가 다소 있지만, 그동안 오른 수준과 비교하면 '관망세' 정도라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송도 내 분위기는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공시가가 19% 넘게 올라 "공시가격이 말도 안 된다"며 전국에서 불만이 쏟아졌던 작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송도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가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라고 했다. 1가구 1주택자는 50% 이상 오른 공시지가 대신 전년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산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집값이 크게 오른 데 따른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송도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값이 내려갔는데 세금 내는 것보다는 올라서 세금 내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말하는 집주인도 있다"고 전했다.
송도동에 사는 이모씨는 "작년 집값 상승률 1위가 인천이고, 인천에서 1위는 연수구고, 이 중 1위는 송도 아니냐"며 "공시가 또한 오르는 게 당연하고, 1주택자들은 세금이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상황이 다른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흘러 나오고 있다. 송도동에 사는 김모씨는 "송도와 서구에 아파트 2채를 가지고 있는데,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게 생겼다"며 "집값을 합쳐봤자 서울 마포의 한 채 값도 안 되는데 세금이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송도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공시가가 너무 올라 충격'이라고 얘기하는 집주인들이 더러 있다"며 "공시가 상승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체감은 못하고 있다. 세금 고지서가 날아와 납부할 금액을 본다면 그제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6월께엔 시끌벅적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송도 부동산 시장은 조용하다.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고점 인식 등으로 거래가 거의 없다. 송도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이후 거래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송도 집주인들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조정기가 지나면 다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