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명 떼창…방탄소년단·아미, 라스베이거스서 만든 '보랏빛' 기적 [종합]

BTS, 라스베이거스서 콘서트 개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총 4회 공연
얼리전트 스타디움 꽉 채운 5만명 아미
마스크 없이 환호·떼창 '열기 가득'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보랏빛 기적'이 일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목소리에 5만명의 글로벌 아미(공식 팬덤명)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BTS 보유국' 자부심이 제대로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9일(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두 번째 공연이다.콘서트 시작 약 5시간 전에 도착한 얼리전트 스타디움에는 이미 다수의 아미들이 모여 있었다. 드레스 코드는 역시 방탄소년단의 대표색인 보라색이었다. 팬들은 보라색 치마, 티, 가방, 헤어핀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아미임을 증명했다. 머리카락을 보라색으로 물들인 이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얼리전트 스타디움 /사진=김수영 기자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얼리전트 스타디움 /사진=빅히트 뮤직 제공
나이, 국적,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BTS'라는 단어 하나로 화합했다. 두 손을 꼭 잡고 온 커플부터 가족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들까지 다양했다. 공통점은 방탄소년단이다. 공연장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아미 중 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군무를 그대로 재현해내 주변 팬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노래를 흥얼거리고, 서로 소장하고 있는 굿즈를 보여주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이번 공연은 회당 5만여명의 관객을 수용했다. 남은 이틀의 공연까지 총 4일간 20만명의 팬들이 운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형 스크린을 통해 콘서트 현장을 실시간 생중계로 보여주는 라이브 플레이까지 진행돼 최종 관객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아미들은 일제히 응원봉을 흔들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고, 암전과 함께 오프닝 영상이 나오자 우렁찬 환호로 화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쌓였던 대면 콘서트에 대한 갈증을 한 방에 날리는 시원하고 우렁찬 외침이었다. 현재 미국에서는 일상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5만석 이상의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도 팬들은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방탄소년단을 반겼다.
"Make some noise!"방탄소년단도 마음 편히 환호를 유도했다. 어딘가 울컥하기까지 한 한껏 상기된 외침과 함께 공연의 막이 올랐다.

일곱 멤버들은 웅장한 마칭밴드와의 호흡이 돋보이는 '온(ON)'을 시작으로 '불타오르네', '쩔어'까지 소화하며 시작과 동시에 공연의 열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폭발적인 무대 장악력과 더불어 공연 내내 끊이지 않은 우레와 같은 팬들의 응원 소리는 이들이 현존하는 최고의 K팝 그룹임을 재차 실감케 했다.

방탄소년단의 대면 콘서트는 지난달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이후 약 한 달 만이다.'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는 '춤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 없이 마음껏 춰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프닝 무대가 끝난 후 RM은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라스베이거스에서의 두 번째 공연이다. 준비됐냐"면서 "우리가 춤을 추는데 허락은 필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DNA',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 '작은 것들을 위한 시'까지 히트곡 무대가 펼쳐졌다. 환호성과 함께 이번 공연에서 허락된 또 한 가지, 바로 떼창이었다. 특히 '페이크 러브' 무대에서는 환상적인 아미들의 '떼창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귀청을 때리는 떼창이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다.

글로벌 히트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는 밴드 편곡으로 새로운 느낌을 가미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랜 시간 대면 공연이 불가능했던 만큼, 공연은 일곱 멤버들의 춤과 노래 그 자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솔로 무대를 과감히 없애고 7인 완전체 무대만으로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무대 위 대형 LED는 방탄소년단과 관객 간 거리를 좁히는 느낌을 주며 '만남'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멤버들은 중앙 무대와 돌출 무대를 자유롭게 오가며 즐겼고, 무빙카를 타고 더욱 가깝게 팬들에게 다가가기도 했다.
공연 중간 RM은 "라스베이거스를 사막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내겐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이다. 아미는 내가 기적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라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뷔는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아미는 어디든지 있다"면서 팬들로 가득찬 객석을 둘러봤다. 그는 "이건 그간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최고의 뷰"라며 감격했다. 제이홉 또한 "아미 옆에 있으면 사막도 바다가 된다"며 팬들을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음악과 춤, 그리고 환호와 박수가 어우러지며 숨가쁘게 120분이 흘렀다. 앙코르 전, 팬들의 응원봉이 일제히 보라색으로 바뀌며 객석에는 일순간 보랏빛 물결이 일렁였다. 이후 일부 야광봉의 색깔이 바뀌며 ARMY, BTS, 그리고 하트 표시가 나타났다. 방탄소년단을 기다리던 팬들은 응원봉으로 파도타기를 하기도 했다. 특히 하트와 함께 그래미 어워드의 트로피인 그라모폰 이미지를 넣은 한 팬의 플랜카드가 화면에 잡히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와 눈길을 끌었다.

앙코르 무대에 다시 오른 방탄소년단은 '홈(HOME)', '앙팡맨(Anpanman)', '고민보다 GO',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을 연달아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라스베이거스 공연은 오는 15~16일까지 이어진다.

라스베이거스=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