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내린 위원 이름·직책, 심사 대상자에게 공개해야"

경제재판 포커스

법원, 피징계자 '알 권리' 인정
"기피 신청 등 방어권 행사 필요"
징계받은 사람은 징계를 내린 심사위원의 이름과 직책을 알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계를 내린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 기피 신청 등 방어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박광우)는 지난달 31일 육군3사관학교 행정보급관 A씨가 육군3사관학교장을 상대로 청구한 정보 비공개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군 인사법에서도 징계 대상자(심의 대상자)는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징계위원을 기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A씨가 (기피신청을 하려면) 관여한 위원의 성명 및 직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A씨는 지난해 5월 품위 유지 의무 위반(언어폭력·영내 폭행)과 성실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10일간 근신하라는 징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국방부 장관에게 “징계기록 전체 목록과 전체 서류 및 징계위원의 성명과 직책, 계급을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해당 청구를 이첩받은 육군3사관학교 측은 일부 징계기록은 공개했지만 징계위원회 위원의 성명 및 직책과 참고인의 성명 등 신상에 관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로서 공개되면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공개법 제9조 1항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자 A씨는 비공개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징계위원의 이름과 직책은 사생활 침해 문제를 일으킬 만큼 민감한 정보라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징계위원의 성명과 직책을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내밀한 비밀 등이 알려지는 것과는 다르다”며 “공개해도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을 침해할 위험이 없다”고 판단했다.법조계에선 이번 판결로 기업이나 정부 부처, 단체 등이 징계위원회를 구성할 때 징계위원과 징계 대상자의 관계를 더욱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자신의 비위와 관련된 자가 징계위원으로 참석해 자신에게 불리한 판단을 내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징계위원 명단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며 “절차상 하자가 발견된다면 징계 처분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인사 담당자는 선제적으로 비위 관련자를 파악해 징계위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성/곽용희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