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봉고 전기차 5만대 넘었다

돌서민 영업용車 전환 가속

경유값 급등하자 수요 폭발
택배사도 배송차 대거 교체
포터EV, 아이오닉5 이어 2위

지자체 올 보조금 벌써 바닥
뛰는 신차 가격도 판매 걸림
포터 II 일렉트릭 내장탑차
최근 기름 값, 특히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영업 서민들의 ‘발’로 꼽히는 1t 소형 트럭의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내놓은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 판매량은 해마다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출시 2년여 만에 누적 내수 판매량 5만 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택배사와 쿠팡 등 전자상거래 관련 기업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경유(디젤) 배송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있어 1t 전기 트럭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가파른 경유값 상승세에 전기로 ‘환승’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1t 전기 트럭인 포터2 일렉트릭과 봉고3 EV를 합친 누적 국내 판매량은 지난주 5만 대를 돌파했다. 2019년 12월 말 출시된 포터2 일렉트릭이 올 1분기까지 누적 2만8973대, 2020년 1월 나온 봉고3 EV가 2만273대 팔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합계 4만9246대가 팔린 이들 차량은 이달 들어 1000대 이상 출고되며 누적 5만 대 판매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소형 전기트럭의 인기는 제조사조차 놀랄 정도다. 작년 1만5805대가 팔린 포터2 일렉트릭은 전략 전기차 아이오닉 5(2만2671대)에 이어 전체 현대 전기차 중 내수 판매 2위에 올랐다. 기아 봉고3 EV 판매량도 1만728대로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의 전체 판매 대수(1만869대)를 넘봤다.

1t 전기 트럭의 인기는 유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작년 가파르게 높아지기 시작했다. 연비가 좋고 세제 혜택을 받아온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을 위협하자 자영업자들이 ‘힘 좋은 디젤 트럭’에서 ‘유지비 낮은 전기차’로 갈아탔다는 분석이다.지난해 4월 1일 L당 1333원이던 전국 경유 값(한국석유공사 오피넷 기준)은 이달 1일 1912원으로 1년 만에 43.4% 뛰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는 1535원에서 1990원으로 29.6% 상승했다. L당 202원 쌌던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거의 비슷해진 것이다. 포터·봉고 전기차 판매량이 2020년 1만4394대에서 지난해 2만6533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이유다.

ESG 경영에 한창인 택배사들이 향후 1t 배송트럭을 전기차로 전환하면 이 차종의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3자 물류(택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쿠팡은 지난해 말 ‘쿠팡 그린카(전기·수소)’ 도입 전략을 수립할 경력 직원을 채용했다.

카플레이션·보조금 의존은 걸림돌

‘카플레이션’이라 불릴 정도로 상승하는 차량 가격은 변수다. 니켈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배터리 값이 오르면서 포터2 일렉트릭 가격은 올 들어 기존 최저 4060만원에서 4190만원으로 올랐다. 봉고3 EV도 4050만원에서 4185만원으로 인상됐다. 신차뿐 아니라 이들 차종의 중고차 시세도 연초 대비 20% 가까이 상승했다.보조금에 의존하는 판매 인프라도 걸림돌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전기 화물차 구매 보조금은 한 분기 만에 동이 나고 있다. 현재 서울·인천·울산·성남 등 주요 지자체의 보조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소형 전기 트럭에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지급하던 정부의 친환경 인센티브가 이달 14일 일몰되는 것도 수요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1.5t 이하 전기 트럭에는 2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화물차 사업자 등록비를 면제해왔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