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 광저우항 봉쇄 우려에…아시아~美서부 해상운임 치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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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난 심화되나중국 동북부 지린성과 ‘경제수도’ 상하이가 봉쇄를 이어가는 가운데 제조업 핵심기지인 광저우와 정저우도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 전면 또는 부분 봉쇄에 들어가자 글로벌 기구·기관들은 중국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하향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탓에 글로벌 물류대란과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린성은 비료 배급도 끊겨
세계 식량 인플레 가중 우려
"23개 도시 2억명 발 묶여있다"
중신증권, 中성장률 전망치 내려
4000여 韓기업, 물류난 타격
확산하는 오미크론 변이
10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2만6355명의 신규 코로나19 감염자가 추가됐다.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 유입 이후 지역사회 감염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 달 만인 지난 2일 하루 1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5일 2만명을 넘어섰으며 매일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달 28일 사실상 봉쇄에 들어갔음에도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광저우시는 9일 11명의 감염자가 추가됐음에도 전날 시민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계획과 함께 생필품 보장 대책까지 발표했다. 국유기업들을 동원해 물자 배송을 관리하고 전자상거래기업들에는 배달원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했다. 보건당국은 “최근 감염자에게서 오미크론 BA.2 변이를 확인했다”며 “새로운 전파가 시작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은 당국의 이런 발표를 곧이어 나올 전면적 봉쇄의 예고로 해석했다. 다수 상점에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 광저우 시민들은 지난해 5~6월에도 40여 일간의 봉쇄를 경험했다. 광저우에 앞서 허난성 정저우도 7일부터 1100만 명에 대한 전수검사에 착수했다. 정저우에는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인 폭스콘의 주요 공장이 있다.상하이 봉쇄는 장기화할 전망이다. 상하이는 이날 전수검사를 재차 시행한 뒤 그 결과에 따라 구역별 봉쇄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추가 전수검사 일정 등 구체적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전수검사 시행부터 결과까지 1주일 이상 걸리고, 전환 기준이 까다로워 상당 기간 봉쇄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비료 배급도 중단…인플레 가중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 봉쇄 지역에선 대부분 공장과 상점 운영이 중단된다. 트럭 운행 등 물류도 멈춘다. 항만 가동이 중단·지연되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타격이 가중될 전망이다.세계 5위 규모의 광저우항은 지난해 봉쇄 당시 컨테이너 체류 시간이 평균 5일에서 20일로 늘어 글로벌 운임 상승을 부추겼다. 상하이항에는 트럭 접근이 제한돼 물류대란이 심화하고 있다. 해운정보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지난주 동아시아·미국 서부 운임이 전주 대비 2%가량 뛰는 등 운임 상승세가 다시 시작됐다.상하이, 저장성, 랴오닝성, 산시성, 허베이성, 허난성, 산둥성 등 10여 개 성의 고속도로가 방역 조치로 전면 봉쇄돼 화물차 통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넘게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북부 지린성에선 비료 배급이 중단됐다. 올해 식량 생산까지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의 식량 부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식량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韓 경제 타격도 불가피
투자은행 UBS는 3월 말 현재 전면 또는 부분 통제 중인 중국 지역의 GDP와 인구 비중을 각각 34%, 26%로 추산했다. 노무라증권은 23개 도시 2억 명이 봉쇄 상태라고 집계했다. 이달 들어 봉쇄 지역이 더욱 늘어났기 때문에 경제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궈하이증권은 “코로나19 영향은 봉쇄가 끝난 뒤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소비 충격은 4∼5개월, 인프라 투자 제약은 6개월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중신증권은 코로나19 확산과 봉쇄로 1분기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5.5%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중국의 봉쇄 확산은 한국 기업들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한 뒤 완성품으로 가공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물류대란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상하이에서는 한국 기업 3000여 개, 광둥성에는 광저우와 선전 등 주요 도시에서 1000여 개 기업이 생산설비를 가동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중국이 우한과 후베이성을 봉쇄한 여파로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0.2~0.3%포인트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었다. 최근 봉쇄 지역이 확산돼 타격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