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제조업 재무장'에 주력할 때다

글로벌 점유율 높여야 일자리 생겨
'굴뚝산업 격하'는 시대 흐름 역행
'제조업=애국 기업' 공감대 확산을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前 중소기업청장
세계는 지금 전대미문의 초변화 시대다. 세계 경제환경, 기술, 세대, 자본주의와 정부 정책 등 전 분야에서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디지털 대전환,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 대전환,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인류문명 대전환, 미·중 패권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전환 시대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적 초변화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며 나라 안으로는 저출산·고령화, 기업가정신과 잠재 성장률 추락, 일자리 정체와 청년 실업, 사회 양극화, 국가부채 급증 등 매우 어렵고 복합적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의 국내외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 측면만이 아니라 과학기술, 정치, 외교, 사회 등 전반적인 면을 고려한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해법을 준비해야 한다.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있을 수는 없고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국민경제의 근간인 일자리 창출이다. 초변화 대전환 시대 대응도 그 성과는 일자리 증가로 나타날 것이며, 일자리가 늘어야 국내 당면과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기 때문이다.일자리 창출의 원천은 기업이다. 정부가 만든 일자리는 재정 부담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세계적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나라도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 국가 전체의 일자리 순증은 기대할 수 없다. 매출이 늘지 않으면 기업이 직원을 늘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우리는 저성장이 고착하면서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 제로섬 상황에 있다. 성장률 제고로 일자리 순증을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고 협소한 국내 시장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자리 순증은 국내 시장 성장만으로는 이룰 수 없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가능하다. 저성장 여파로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고 미·중 패권전쟁까지 겹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과거와 차별화한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산업 속성상 서비스산업만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쉽지 않다. 우리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서비스·정보통신·에너지·콘텐츠 등 연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거대한 신제조업 육성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더욱이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신냉전 시대에 제조업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며 세계 각국이 제조업 재무장에 주력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제조 강국을 기반으로 신제조업 육성에 미래를 걸어야 할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굴뚝산업이나 한물간 산업으로 오해해 스스로 제조 기반을 약화하며 이 중요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중 패권전쟁이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바이오, 미래차, 배터리 등이 모두 제조업이란 사실을 명심하고 제조업 재무장에 매진해야 한다. 제조는 공장 중심의 생산만이 아니라 마케팅, 연구개발, 판매, 서비스, 물류 등 기업 전체의 활동이다. 우리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제조혁신 정책도 스마트공장 확산이 아니라 스마트공장을 포함한 스마트기업, 더 나아가 스마트 제조 생태계 확산에 목표를 둬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외화를 벌어오는 제조기업이 국가에 기여하는 애국 기업이라는 데 정부는 물론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최근 급성장한 서비스 플랫폼 기업은 대부분 국내 중심 기업으로 국가 경제 기여도는 높지 않다. 이 기업들의 일자리는 다른 기업에서 가져온 것이지 국가 전체의 순증에 기여하지 못하는 제로섬이다. 이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국가경제에 기여하지 않는 한 제조기업에 필요한 인적·재무적 자원을 빨아들이는 것은 국가적 손실로 대책이 시급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제조업과 신제조업 육성에 올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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