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연체율이 중요하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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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총생산보다 가계부채가 더 큰 나라입니다. 더 심각한 건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는 점입니다. 2년 만에 16%가 늘었습니다. 가계부채는 기업부채와 달리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입니다.
가계 대출 관리, 대출 규모에만 집착
"가계부채 위험도, 연체율도 살펴야"
대출규제를 통해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것은 당연한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너무 한편만 바라보고 진행하는 대출규제는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도 있습니다. 대출을 규제할 때 고려해야 하는 변수 중 우리는 너무 '대출규모'에 집착하고 있습니다.작년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규모는 이미 1900조에 육박하고 있습니다만, 대출규제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살펴야합니다. 정부의 가계부치관리방안의 핵심은 대출자의 전체 부채와 소득을 파악해 상환능력에 따라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즉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전체 대출에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DSR기준은 40%이니 매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총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않는 선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심각하니 대출규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가계부채 위험도는 대출규모와 함께 연체율을 살펴야 합니다. 특히 시중은행의 DSR이 40%로 관리되고 있지만 제2금융권의 경우 50%로 비중이 높아집니다. 대출의 풍선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고려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사실 문재인정부에서는 강력한 대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우수대부업체를 발표해 국민들을 아연실색케 만들었습니다. 대출이 어려우니 대부업체를 알아보라는 의미인지 황당한 발표가 아닐수 없었습니다.미국 등 금융의 선진국들도 물론 DSR을 적용합니다. 정책자금 등을 제외하면 대략 50% 안팎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10% 정도 높지만 이걸 기준으로 국내 DSR을 50%로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가계대출 규모도 크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2년 2월 현재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3.34%입니다. 연체율이란 상환이 미뤄지고 있는 금액을 대출총액으로 나눠 계산합니다. 따라서 분모에 해당하는 대출총액이 증가하면 전반적인 연체율이 낮아지는 경향은 있지만 올해 1월 기준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입니다. IMF 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연체율이 10%였으니 0.1%의 연체율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을 넘어 아주 인상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가계신용대출 또한 0.33% 수준으로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입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시작된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대출 연체율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만기 대출연장과 이자상환유예조치 등이 상반기 중에는 끝날 예정입니다. 때문에 아무리 정책효과를 고려한다고 해도 현재의 대출 건전성은 아주 우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서도 금융규제 유연화 조치의 단계적 정상화를 3월30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계속된 물가상승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6%대를 기록 중입니다.규제를 풀어도 선뜻 대출을 받기는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기존 대출자의 이자 부담도 갈수록 커져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4개월 연속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인터넷은행과 보험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의 대출규모는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나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정부의 경직적인 대출규제로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다행히 대통력직인수위원회에서도 대출규제를 원점부터 살핀다고 하니 대내외의 다양한 리스크 요인을 살피면서 경제의 피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대출 정책이 잘 결정되었으면 합니다. 다만 각종 정책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단편적인 정책 개선보다는 통합된 정책 수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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