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당장 바로잡기 힘들어"…안철수·원희룡, 속도 조절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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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규제 완화 기대에 보합·상승 전환
안철수 "부동산 상황, 현 정부 때문…민주당도 발목 잡을 것"
원희룡 "이상과열 부추길 과도한 규제 완화, 청사진에 없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11일 인수위 전체 회의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세금 폭탄은 명백히 현 정부의 잘못"이라면서도 "그것을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장 바로 잡기는 힘들다"고 밝혔다.그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공급이 바로 늘어날 수 없다"며 "부동산 세금도 공시지가, 실거래가 반등률을 떨어뜨리지 않는 한 획기적으로 낮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국민들께서는 새 정부 탓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이전 정부가 물려준 현재의 국정 상황이 어떤 상태인지 냉철하게 판단하고 국민들께 정확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상가상으로 지금 국회 다수당(민주당)이 하는 모습을 보면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것을 넘어 아예 출발도 못 하게 발목을 부러뜨리려고 벼르고 있다"며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지속될 여소야대 국회 환경은 새 정부의 정책 수단을 크게 제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 위원장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서 다양한 부동산 규제를 내놓으며 시장을 왜곡했고, 이를 급격하게 풀다가는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선 이후 서울 강남과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단지 위주로 신고가가 발생하는 상황이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선 직후 거래된 서울 아파트 가운데 30%는 신고가를 경신했고, 가장 많이 뛴 아파트는 직전 최고가 대비 16억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도 지난주 0.00%를 기록하며 10주 동안 이어온 하락세를 끊고 보합으로 전환했다.

그는 "양적으로 폭탄(공급)을 주거나 시장에 이상과열을 부추기는 지나친 규제 완화·공급은 윤 정부 청사진에 없다"며 "시장에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매우 신중하게, 관리·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움직이겠다"고 설명했다. 또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폭탄으로 인해 개발이익, 투기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강조했다.시장에서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며 과열 조짐을 보이자 안 위원장과 원 후보자가 동시에 속도 조절을 예고하며 사전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규제 완화 기대감만으로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 대한 책임도 정책으로 시장을 왜곡한 현 정부의 탓으로 못 박은 셈이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연일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며 시장 안정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전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인위적으로 시장을 누르면 밑에서 부작용이 끓고 결국 폭발한다"며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을 너무 급속하게 가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런 부분을 유의해가면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재건축이 빠른 속도로 되면 그 자체가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시장이 항상 완전한 것은 아니기에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항상 염두에 두고 조화로운 상태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탰다. 인수위도 불필요한 시장 자극을 우려해 부동산 TF와 국토부-서울시 도심주택공급 시행 TF의 회의 내용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