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주식시장 침체 신호 아니다"

최근 발생한 미국의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경기침체기의 전조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추월해도, 이게 곧바로 주식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국채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39% 선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추월했다. 10년물이 연 2.396%일 때 2년물은 이보다 높은 2.398%를 기록했다.이후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방크가 대형 은행들 가운데 처음으로 "2023년 말부터 경기 위축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캐나다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역시 "기관투자자들의 50% 이상이 이번 금리 역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42%는 내년 하반기 경기 침체를 예측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과거 금리 역전 시기 이후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 500은 12개월 동안 평균 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더 나아가 2년 간 평균 수익률은 16%에 달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조나단 골럽 수석 미국 주식전략가는 "채권 시장의 금리 역전이 경제성장에 관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측면도 분명 있긴 하지만, 실제 경기침체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FT는 "시장은 거시경제보다 더 빠르게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여파 이후 이어진 주식시장 랠리가 대표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또 2년 만기와 10년 만기 간 역전 현상이 일시적이었다가 금세 회복됐다는 점, 3개월 만기와 10년 만기 국채 간 역전 현상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골럽 전략가는 "2년 만기과 10년 만기를 비교하기보다는 3개월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 간 금리 격차가 경기 침체를 더 잘 반영하는 지표라는 선행 연구도 많다"면서 "두 국채 금리의 격차는 연초보다 오히려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경기가 과열되어 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 일각에서 "1973년 사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제기됐다. 당시는 물가상승률이 최근처럼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동시에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던 때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당시 이후 S&P 500 수익률은 12개월 간 19% 하락했다. 24개월에 걸쳐서는 31%의 평균 수익률 하락세를 경험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