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77명 재산 '0엔'?…유명무실한 의원 자산공개

기시다 총리는 4억9천만원 신고
지난해 10월 치러진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 가운데 77명이 재산이 하나도 없다고 신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의원이 11일 국회의원자산공개법에 따라 공개한 의원 자산보고서에 따르면 중의원 의원 465명 가운데 77명(16.6%)이 재산을 '0엔'이라고 신고했다.

그러나 이들 의원 가운데 제도가 부실해서 제대로 신고를 안 한 의원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지적했다.

국회의원자산공개법에 따른 자산공개 대상은 토지와 건물, 예·적금, 국채와 주식 등 보유증권, 골프 회원권, 100만엔(약 990만원)을 넘는 자동차와 예술 공예품 등이다. 그러나 의원 본인 소유 자산만 적어내면 되고 가족 명의 자산에 대해선 신고 의무가 없다.

또 부동산 자산도 실거래가격보다 낮은 고정자산세 과세표준액을 기재한다.

실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경우 작년 10월 총리 취임 후 자신과 부인 명의로 2억868만엔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이번신고액은 도쿄도 시부야구와 시즈오카현 등의 부동산과 예금 1천만엔을 포함해 4천983만엔(약 4억9천만원)에 그쳤다. 허위 신고에 대한 벌칙 규정도 없다.

공개 방법도 시대에 뒤처져 있다.

자산보고서는 인터넷에 공개되지 않아 이를 확인하려면 보고서가 비치된 도쿄에 있는 국회의원 회관을 찾아야 한다. 현장에서도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을 뿐 복사는 안 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의원들이 제대로 재산을 신고하지 않거나 액수를 축소 신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공개된 중의원 의원 평균 재산은 2천924만엔(약 2억9천만원)이었다. 중의원 재산 1위는 6억1천417만엔을 신고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