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이 코 앞인데…첫발도 못 뗀 근로복지공단 O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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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시행 임박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노후 보장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시행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운영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기금을 직접 운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기금 설립 초기인 만큼 한동안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활용할 계획이다.
근로복지공단, 이르면 이달 말 OCIO 선정 돌입
운용·증권 업계 "1년 넘었는데…아무런 안내 없어"
"사실상 제로베이스서 시작"…운용 규모도 지적
이런 가운데 관련업계에선 근로복지공단의 OCIO 선정을 두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을 이틀 앞둔 가운데서도 위탁 구조나 운용 체계와 선정 일정 등 어느 것 하나 확정하지 않은 데다 운용 규모가 기존 예상 대비 큰 폭 줄어들었다는 불만에서다. 12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이르면 이달 말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 운용기관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공고할 예정이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증권사와 운용사 등 업권으로 부문을 나누지 않고 통합해 선정할 계획이며 아직 선정 운용기관 수는 특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운용기관 선정과 관련한 모든 사항은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퇴직연금제도란 30명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개별 납입한 적립금으로 공동의 기금을 조성, 운영해 근로자에게 퇴직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그간 중소 사업장들은 적립금 규모가 작고 운용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개별적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다. 근로복지공단이 내세우는 직접적인 효과는 '규모의 경제'다. 각사 적립금을 모아 기금을 조성한 뒤 공단의 전문적인 운용 서비스를 통해 수익률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가 시행되는 이달 14일 기금제도 운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제1차 회의를 연다. 노사정 대표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로 꾸려진 이날 위원회 회의에선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과 관련한 주요 사항들을 결정한다. 아울러 본격적인 퇴직연금 가입자(중소기업) 모집은 자산운용기관 선정과 정보화 구축 등의 일정으로 인해 오는 8~9월이 돼서야 시작될 전망이다.업계에 따르면 통상 어느 기관이 OCIO 제도를 처음 도입할 경우 기금 운용 체계가 안정을 찾기까지는 수십년을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근로복지공단도 한동안 외부 전문기관의 힘을 빌려 위탁운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은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과 마찬가지로 퇴직연금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사업자 자격을 갖춘 공단이 굳이 OCIO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측은 "그간 근로복지공단이 퇴직연금과 관련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운용관리업무에 한정됐는데, 퇴직연금 기금제도의 경우 근로자들의 부담금을 기금화하는 것이어서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업무가 구분되지 않는다"며 "예전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운용해야 하는데 관련 경험이 없어 외부 운용기관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운용사와 증권사들 사이에선 근로복지공단의 굼뜬 선정 작업에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도 시행일인 14일에 기금제도 운영위원회가 발족하는 만큼 공단으로서도 이에 앞서 운용기관 선정 공고를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운영위원회의 의논 사항이 반영되려면 결국 14일 이후에 공고를 낼 수밖에 없다는 해명이다.하지만 선정 경쟁을 벌여야 하는 기업들로선 관련 법 개정 이후 1년이 넘도록 선정 기준이나 계획 등에 대해 아무런 안내가 없는 것에 김이 샌 모습이다. 표면적으로는 제도 시행을 즈음해 공고를 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사이 업계 설명회나 간담회조차 열지 않은 것은 시장 참여자들과의 소통 의지 결여라는 지적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제도 시행 4~5개월이 지나서야 가입이 가능한 만큼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쪼그라든 운용 규모도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단은 새로 투자풀을 조성해 하위 운용사에 자금을 배정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의 중소기업 퇴직연금 적립금 4조원가량을 그대로 활용할 것이라는 업계 예상을 벗어난 결정이다. 선정된 운용기관이 운용하게 될 퇴직연금은 4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인 셈이다. 사실상 중소기업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3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신규 가입자 유치부터 추진해야 하는 셈이어서 반발이 큰 상황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 4조원조차도 큰 규모가 아니었는데 이마저 내주기 싫어서 기금을 새로 만든다고 하니 김이 샌다"며 "기업으로선 참여할 유인이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한편 금융투자 업계에선 이번 퇴직연금기금제도 OCIO 경쟁에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운용사들 가운데선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자산운용 등이 언급되고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