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메기가 온다"…내일 카카오페이 보험 '운명의 날'

금융위, 13일 '카카오페이 손보' 본인가 안건 상정
본인가 신청 약 4개월 만…상반기 법인 출범 전망

'미니·계열사 연계 보험' 초기 모델 집중
추후 '자동차·장기보험' 영역 확대 구상

'대형 플랫폼' 등장에…보험업계 "지각변동" 긴장
사진=한경DB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가 13일 금융당국의 본인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이날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획득하게 되면 플랫폼 빅테크 기업(대형 정보기술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한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된다. 카카오페이의 보험업 진출에 업계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흐름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혁신'을 무기로 둔 카카오페이의 등장이 업계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에서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 날 열리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해보험사(디지털 손보사) 본인가 안건이 상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명은 '카카오페이보험 준비법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 심사를 마치고 관련 내용을 금융위에 전달한 상태다. 본인가 안건 의결 절차만 남아있다"고 말했다.카카오페이가 지난해 12월 1일 금융위에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위한 본인가를 신청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당초 카카오페이가 올해 2월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를 획득하고 보험 상품 출시 준비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캐롯손해보험이 2019년 7월 말 본인가를 신청해 10월 초 본인가를 받은 만큼, 비슷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봐서다.

그러나 올해 초 금감원이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 본인가 실무 심사 과정에서 정보기술(IT) 보안 미흡을 진단하고, 카카오페이 측에 보완 작업을 요청하면서 본인가 안건 상정 시점이 늦춰졌다. 당시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는 보험업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물적설비 구축 영역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가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받게 되면 정식 법인 출범 시기는 올해 상반기가 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보험 상품 출시 등 본격적인 보험 영업 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금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디지털 손보사는 출범 초기 여행자 보험, 휴대전화 파손보험, 펫 보험 등 미니보험을 중심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증권사 출범 시 펀드부터 시작했듯이 초기 사업으로는 고객 접근이 쉬운 생활밀착형 보험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더불어 또 다른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단기보험, 카카오커머스 연계 반송 보험 등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간편 청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등 보험 전 과정에서 편의성 확대 사업을 추진한다. 미니보험 시장으로 업계 기반을 다진 뒤 자동차보험, 장기보험으로 사업을 점차 확대한다는 게 카카오페이의 구상이다.
사진=한경DB
카카오라는 대형 플랫폼을 뒷배로 둔 카카오페이의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보험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앞서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한 캐롯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는 다른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사실상 손보업계는 지금까지 5대 대형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시장 영향력이 워낙 강했다. 때문에 중소 디지털 손보사의 진입에도 파장이 크지 않았다. 비대면 시장이 늘어나는 추세도 디지털 손보사의 진입보다는 코로나19 영향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의 등장은 다르다는 분위기다. 기존 보험 영업·판매 판도를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5대 손보사에도 매우 위협적인 존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선 카카오페이가 지닌 파급력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월간 5000만명의 이용자를 지닌 카카오톡이란 대형 플랫폼 기반으로 뻗어 나갈 시장 영향력이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물론 카카오페이 고유의 시장 장악력도 무시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의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는 3745만명을 넘겼다. 이는 한국 전체 인구의 75%에 육박하는 수치다.심지어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도 어느 정도 갖춘 상태다. 카카오페이는 2019년부터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인바이유와 손잡고 간편 보험 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사업 확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2020년 3월 출시된 카카오페이증권의 계좌는 이미 500만개를 돌파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페이는 선불 충전형 모바일 교통카드 기능에 더해 올해 초 월 15만원 한도의 후불결제 서비스까지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도입했다. 종합금융플랫폼으로의 서비스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카카오페이의 등장으로 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대 손보사의 경우 워낙 업계 장악력이 크다 보니 업계에 누가 진출해도 크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카카오페이가 내놓을 상품들이 시장 점유율 변화는 물론 보험 영업·판매 판도 자체를 뒤흔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설계사 없는 비대면 모델을 어떠한 방식으로 구현하느냐에 따라 업계를 뒤흔들 메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