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값이 미쳤다""…K배터리 초비상

원재료 부담 1년새 5조 급증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와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소재 양강 업체의 원재료 구입 비용이 1년 만에 5조원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 니켈 등 광물값 폭등과 함께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서 국내 기업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경제신문이 국내 배터리 및 소재사 다섯 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원재료 구입액은 20조5억원에 달했다. 전년(14조8873억원) 대비 34.3% 급증했다. 2019년과 2018년은 각각 10조3112억원, 9조73억원이었다.원재료 구입 비용이 급증한 것은 배터리 수요 확대에 따라 생산량이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리튬과 니켈 등 광물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2020년 SK온의 배터리 생산량이 전년 대비 네 배 늘어날 때 원재료 구입액은 1.6배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작년엔 생산량이 전년보다 1.9배 늘었는데 원재료 구입 비용은 1.8배 급증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광물값이 폭등한 것과 맞물려 있다.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2020년 1월 ㎏당 38.5위안에서 작년 1월 298.5위안으로 치솟았다. 지난 8일 기준 리튬 가격은 457.5위안으로 2년 새 12배 급등했다.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중국 광물가공업체들이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다. 광물시장뿐 아니라 광물을 가공해 만드는 원재료(광물 화합물) 시장도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테슬라도 광물값 폭등 및 공급망 대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9일 트위터를 통해 “리튬 가격이 미친 수준까지 올랐다”며 직접 채굴·정제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광산 직접 투자를 늘리거나 중국 업체들과 불가피하게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원재료 조달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정민/강경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