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진화·피해예방에 비상소화장치 효과…양구 산불서도 제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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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힘 합쳐 불길로부터 마을 지켜…동해 산불 때도 진화 이바지
2019년 고성산불 후 동해안에 700개 설치…2025년까지 전 지역 확대 "수도꼭지는 산불 나면 소용없어요. 여기(비상소화장치)에 소방호스를 연결, 마을로 넘어오는 불길에 물줄기를 쐈죠. 호스 하나에 장정 다섯 명이 달려들 정도로 수압이 강했는데 덕분에 마을을 지켰습니다.
"
강원 양구군 대형산불 발생 사흘 만에 주불이 잡힌 12일 오전 국토정중앙면 청우리 전원마을에서 만난 이장 임태구(73) 씨는 마을회관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를 가리키며 산불 당시 상황을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마을 인근으로 산불이 번지자 주민 대피령이 내렸다. 임 이장과 주민들은 먼저 어르신과 여성, 어린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불길은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마을 뒷산까지 다다랐다.
능선을 따라 긴 띠를 형성한 불은 금세 마을을 삼킬 듯 강풍을 타고 거세게 몰아쳤다. 다행히 마을에는 비상소화장치가 곳곳에 있었다. 이장과 주민들은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이어 주택 등 건물에 먼저 물을 뿌린 뒤 불길이 넘실대는 산을 향해 물줄기를 쐈다.
마침 도착한 소방차도 힘을 보탰다. 주민 허성진(42) 씨는 "주민들이 지붕에 올라가서 필사적으로 물을 뿌리고 소방대원들도 함께 고생한 덕분에 마을로 불이 넘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며 "해가 지기도 전에 진화를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자정이 넘었다"고 말했다.
임 이장은 "2016년에 마을 인근에 큰 산불 난 뒤로 주민들과 가끔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진화 연습을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10년 전 설치한 소화장치 덕분에 산불로부터 마을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우리에는 마을회관을 비롯해 곳곳에 비상소화장치 5개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는 비상시에 주민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소화전과 소방호스가 갖춰져있다. 이는 지난달 동해안 산불에서도 제구실을 톡톡히 했다.
지난달 5일 강릉 옥계에서 시작한 산불은 동해시 부곡동 일명 승지골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승지골은 매서웠던 산불 규모와 비교해 재산 피해가 적었다.
주민들은 비상소화장치가 산불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 주민은 "산불이 난 앞산을 보고 있는데 불이 춤을 추듯 빠르게 옮겨붙어 집을 보호하기 위해 2시간 정도 호스로 물을 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비상소화장치가 집 가까운 곳에 있어 주변은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강원 대형산불 당시 고성 홍와솔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비상소화장치로 확산을 막아 피해를 줄인 사례가 있다. 이에 소방청은 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산불 초기에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강릉·동해·속초·삼척·고성·양양 지역의 산림 인접 마을에 비상소화장치 700여 개를 설치했고, 2025년까지 전 지역으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또 인근 지역주민과 이장 등을 관리자로 지정하고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소방서 주관으로 교육·훈련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40분께 발생한 양구 대현 산불은 송청리, 죽곡리, 황간리, 송우리, 청리, 용하리, 야촌리, 가오작리 등 8개 마을로 번져 산림 총 720㏊(720만㎡)를 태운 뒤 이날 오전 9시 주불이 잡혔다. 산림 당국은 현장에 헬기 12대와 야간 열화상 드론 3대를 대기시키고, 산불전문진화대원과 감시원 등을 배치해 잔불 진화와 뒷불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고성산불 후 동해안에 700개 설치…2025년까지 전 지역 확대 "수도꼭지는 산불 나면 소용없어요. 여기(비상소화장치)에 소방호스를 연결, 마을로 넘어오는 불길에 물줄기를 쐈죠. 호스 하나에 장정 다섯 명이 달려들 정도로 수압이 강했는데 덕분에 마을을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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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구군 대형산불 발생 사흘 만에 주불이 잡힌 12일 오전 국토정중앙면 청우리 전원마을에서 만난 이장 임태구(73) 씨는 마을회관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를 가리키며 산불 당시 상황을 말했다.
지난 10일 오후 마을 인근으로 산불이 번지자 주민 대피령이 내렸다. 임 이장과 주민들은 먼저 어르신과 여성, 어린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불길은 초속 1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마을 뒷산까지 다다랐다.
능선을 따라 긴 띠를 형성한 불은 금세 마을을 삼킬 듯 강풍을 타고 거세게 몰아쳤다. 다행히 마을에는 비상소화장치가 곳곳에 있었다. 이장과 주민들은 소화전에 소방호스를 이어 주택 등 건물에 먼저 물을 뿌린 뒤 불길이 넘실대는 산을 향해 물줄기를 쐈다.
마침 도착한 소방차도 힘을 보탰다. 주민 허성진(42) 씨는 "주민들이 지붕에 올라가서 필사적으로 물을 뿌리고 소방대원들도 함께 고생한 덕분에 마을로 불이 넘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며 "해가 지기도 전에 진화를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니 자정이 넘었다"고 말했다.
임 이장은 "2016년에 마을 인근에 큰 산불 난 뒤로 주민들과 가끔 비상소화장치를 이용해 진화 연습을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10년 전 설치한 소화장치 덕분에 산불로부터 마을을 지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우리에는 마을회관을 비롯해 곳곳에 비상소화장치 5개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는 비상시에 주민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소화전과 소방호스가 갖춰져있다. 이는 지난달 동해안 산불에서도 제구실을 톡톡히 했다.
지난달 5일 강릉 옥계에서 시작한 산불은 동해시 부곡동 일명 승지골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하지만 승지골은 매서웠던 산불 규모와 비교해 재산 피해가 적었다.
주민들은 비상소화장치가 산불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 주민은 "산불이 난 앞산을 보고 있는데 불이 춤을 추듯 빠르게 옮겨붙어 집을 보호하기 위해 2시간 정도 호스로 물을 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비상소화장치가 집 가까운 곳에 있어 주변은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4월 강원 대형산불 당시 고성 홍와솔 마을에서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비상소화장치로 확산을 막아 피해를 줄인 사례가 있다. 이에 소방청은 사업비 70억 원을 들여 산불 초기에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강릉·동해·속초·삼척·고성·양양 지역의 산림 인접 마을에 비상소화장치 700여 개를 설치했고, 2025년까지 전 지역으로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또 인근 지역주민과 이장 등을 관리자로 지정하고 주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소방서 주관으로 교육·훈련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3시 40분께 발생한 양구 대현 산불은 송청리, 죽곡리, 황간리, 송우리, 청리, 용하리, 야촌리, 가오작리 등 8개 마을로 번져 산림 총 720㏊(720만㎡)를 태운 뒤 이날 오전 9시 주불이 잡혔다. 산림 당국은 현장에 헬기 12대와 야간 열화상 드론 3대를 대기시키고, 산불전문진화대원과 감시원 등을 배치해 잔불 진화와 뒷불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