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3개월 만에 시총 20조원 증발…하반기 반등할까

사진=한경DB
올들어 3개월여 만에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이 20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성장주의 미래 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온라인 커머스 시장 성장세 둔화, 임직원 연봉 인상 등이 플랫폼주를 짓누르고 있다. 1분기 실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분간 플랫폼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신성장 동력인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주가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네이버·카카오 시총 20조원 증발

12일 네이버는 1.44% 하락한 30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는 1.05% 하락한 9만41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네이버 시가총액은 올초 61조6820억원에서 이날 50조6091억원으로, 같은 기간 카카오 시가총액은 51조420억원에서 41조9940억원으로 각각 17.95%, 17.73%씩 줄어들었다. 3개월여만에 시총이 각각 10조원씩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낙폭이 과했던데다 대선 이후 플랫폼주에 대한 규제 우려가 사라지면서 지난달 주가는 소폭 반등했지만 주가는 다시 고개를 꺾었다. 플랫폼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건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데다 플랫폼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주가를 끌어올린 건 코로나19 이후 폭발한 온라인 커머스·광고 시장 성장세였다. 그러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구간으로 진입하면서 온라인 시장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플랫폼 기업의 1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의 1분기 커머스 매출액 증가율은 25.9%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월(81%)에 비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실적의 절대 수치보다 실적 증가율이 성장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성장주에는 치명적인 성적표다. 카카오의 1분기 카카오톡 비즈보드(채팅창 광고) 광고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36.1%에서 올 1분기 28.1%로 둔화할 것으로 추정된다.

늘어나는 인건비도 부담이 되고 있다. 카카오는 올 초 전 직원 연봉을 15% 인상하기로 했다. 1분기 인건비는 전년 대비 61%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도 최근 전 직원 임금을 10% 인상하기로 협의했다. 이에따라 1분기 개발.운영비는 전년 대비 21.9%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내외 악재로 네이버는 올 1분기 매출 1조8842억원, 영업이익 3506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 분기 대비 각각 -2.26%, -0.17% 줄어든 수치다. 카카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7571억원, 영업이익 1674억원이지만 증권업계에선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할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광고, 커머스, 페이 매출 성장이 둔화되고 인건비 상승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11.5% 하회할 것"이라며 카카오 목표주가를 15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내렸다. 현대차증권도 카카오 영업이익이 컨센서스 대비 6% 가량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14만원에서 13만원으로 하향했다.

○“실적 눈높이 조정 필요” VS “하반기부터 반등”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면서 네이버·카카오에 대한 주가 흐름도 당분간 지지부진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 연구원은 "네이버, 카카오 실적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온라인 수요가 위축되고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단기적으로 주가에 비우호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하반기부터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네이버의 다음 주가 상승 동력이 콘텐츠와 블록체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자회사 라인디지털프론티어가 이북재팬 지분을 100% 인수하면서 네이버는 일본 디지털출판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일본에서 웹툰, 웹소설, 전자책 시장을 아우르는 콘텐츠 강자로 올라서는 셈이다. 올 2분기 라인 자회사 라인넥스트의 NFT거래소 플랫폼 '도시'도 주목받고 있다. 성 연구원은 "블록체인 사업의 잠재력은 새로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의 새 성장동력으로도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클레이튼은 NFT 거래와 메타버스를 위한 블록체인으로, 보라는 P2E(돈 버는 게임) 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 활용될거라는 예상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플랫폼 규제가 완화되면 국내서 사업을 주로 펼치고 있는 카카오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도 부담없는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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