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금융 5사 공동브랜드 ‘삼성 파이낸셜 네트워크’ 런칭

비대면 금융 ‘태풍의 눈’ 되나
사진=뉴스1
삼성그룹 산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자산운용 등 5개 회사가 공동의 금융브랜드인 ‘삼성파이낸셜네트워크(로고)’를 12일 선보였다. 빅테크(대형 IT기업)와 핀테크 업체의 '금융 공습'이 활발해진 가운데 계열 회사 간에 적극적인 협업을 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 금융사들이 오는 14일 통합 모바일 앱인 ‘모니모’ 공개를 앞두고 먼저 브랜드 통합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따로는 '그만' 함께 시장공략 나선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난해 말 MZ세대(밀레니얼+Z 세대)를 직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 전략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면서 새 브랜드아이덴티티(BI) 마련에 돌입했다. 그동안 생명, 화재, 카드, 등 각사가 필요에 따라 협업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펴왔다. 각사는 MZ세대 금융 소비자의 변화된 욕구에 부응하고, 비대면 위주의 새 금융환경에 대응하려면 협업이 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으고, 공통의 브랜드 마련에 착수했다.이 과정은 철저히 '바텀업(상향식)'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이 모여 직원 대상 심층 인터뷰, 고객 패널조사, 전문가 리뷰 등의 과정을 거쳤고, 직원들의 공모와 투표를 거쳐 최종 BI를 정했다.

새 BI는 '삼성(Samsung)' 표기에 금융과 협업을 의미하는 '금융 네트웍스(Financial Networks)'를 영문으로 표시한 형태다. 전문성과 시너지를 제고하고 금융 생태계를 넓혀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각사별 공동 활용도를 높이고, 혼돈을 막기 위해 별도 한글 BI는 만들지 않았지만, '삼성금융 네트웍스'라고 표기도 가능한 방식이다. 삼성생명이 브랜드 등록을 마쳤고, 소유권을 공동으로 나눠 갖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새 브랜드는 삼성을 대표하는 금융BI라는 설명이다. 삼성 금융사들은 조만간 기업 이미지를 새 BI로 전면 교체하고 옥외 간판과 명함 및 홈페이지를 바꾸는 작업에 착수하고, 각사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되는 하위 브랜드에 대한 개편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핀테크 시너지 가속화

삼성 파이낸셜네트웍스의 첫 협업은 원(one) 앱 모니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니모는 삼성카드 주도로 계열사들이 힘을 합쳐 1년여간 개발한 앱이다. 각 사가 앱에서 제공하던 간편결제, 보험료 청구, 내 자산 보기, 현금 포인트 등의 기능을 한데 모은 '슈퍼 앱'이다.

금융권에선 모니모가 카카오페이와 토스 등의 공룡 핀테크 앱의 대항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긴다.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의 모바일 채널 고객 수는 중복가입자를 포함해 약 320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중복가입자를 빼더라도 약 2000만명의 가입자를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대형 앱이 탄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 앱 1위 국민은행(1500만명)은 을 넘어서고, 핀테크 1위 카카오페이(2000만명)를 위협할만한 숫자로 평가된다. 1500만여명의 고객을 확보한 삼성페이와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경쟁력 제고와 미래지향 이미지 제고를 브랜드 통합의 목표로 내건 만큼 삼성 금융사들이 향후 어떤 공동 사업을 벌일지도 주목된다. 삼성 금융사들은 그룹이 리스크가 큰 금융업에 대한 관심이 적어 공격적인 영업을 꺼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합산 자산규모(529조원)로는 신한금융(648조원)에 못 미치지만 하나금융(502조원) 넘어섬에도 '금융이 주력은 아니다'라는 평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은 디지털 역량이 뛰어나고 전략적인 협업에 장점이 있는 조직"이라며 "향후 금융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업이 가능해자묜 데이터분석 역량을 활용해 핀테크 분야에서 초개인화 서비스로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