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티, 금강산 사업 '눈물의 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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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명 회장 "미래 집중"
골프장·리조트 507억 손상처리
레저플랫폼 신규 사업 본궤도
"보유 자산만 1.3조원 넘는데
北 이슈에 브랜드 훼손 안돼"
남북협력사업자 지위는 유지
이때 이 회장은 일생 최대의 결단을 내렸다. 자금난에 몰린 현대아산을 대신해 금강산 골프장 건설을 완료하는 것을 전제로 개성 골프장까지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아낸 것이다.그랬던 아난티가 12일 금강산 사업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 공식 설명이다. 하지만 실상은 ‘눈물의 손절’에 가깝다. 전날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금강산관광특구 아난티의 골프&온천리조트 철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경협주 아니다”라는 아난티
아난티가 이날 발표한 내용은 금강산 내 골프장과 리조트 등의 자산(지난해 말 기준 507억원)을 손상 처리한다는 것이다.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손상액은 영업외손실로 반영될 예정이다.
아난티가 대북 사업 면허까지 반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난티 관계자는 “정부와 관련된 사안이라 반납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048년까지 남아 있는 사업 면허를 굳이 반납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이 회장은 지난해 1월에 금강산에서 국제아마추어골프대회를 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레저 플랫폼 사업으로 매출 2배
아난티는 지난해 21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92% 증가했다.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2020년 317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59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아난티는 ‘레저 플랫폼’이라는 신규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입지 선정부터 설계, 운영, 브랜드 관리까지 개발 전 부문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동산 개발, 마케팅, 호텔·리조트 운영을 동시에 하는 전략이다.2017년 개장한 동부산의 아난티코브가 대표적이다. 아난티 관계자는 “보유 자산이 1조3000억원이 넘고 운영 중이거나 새롭게 추진하는 플랫폼이 7개인 상황에서 500억원 정도 되는 자산에 의해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지속해서 손상돼 왔다”며 “이번에 깨끗하게 정리하고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