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적립금 비율 못 채우면 노조 대표 검증 받으라"는 고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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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형 운영 300인 이상 기업14일부터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도(DB형 제도)를 운용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별도의 ‘적립금 운용위원회’를 설치하고 매년 운용위에 퇴직연금 운용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퇴직연금의 법정 최소적립금 비율(95%)을 충족하지 못하면 운용위에 노조위원장 등 ‘근로자 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기업들은 “과잉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적립금 운용위원회 의무 설치
재계 "퇴직금 수급 보장되는데
노조 참여시키는 건 과잉규제"
‘퇴직연금 운용위’ 설치 의무화
고용노동부는 12일 국무회의에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 시행령은 지난해 4월 개정된 퇴직급여법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DB형 제도는 사외에 적립된 퇴직연금을 회사가 운용하는 연금제도를 말한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DB형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고용부의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DB형 제도를 운용 중인 300인 이상 기업은 총 1171개다.14일부터 적용되는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퇴직연금을 담당하는 임원을 위원장으로 삼아 5~7명 이내로 운용위를 구성해야 한다. 운용계획서에는 △목표수익률 △적립금 운용 방법 △운용 성과 평가 등을 포함해야 한다. 운용위를 통해 수익률 등을 관리토록 해 기업의 공격적인 퇴직연금 운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DB형 제도를 운용하는 기업의 95.5%가 원리금 보장형에 몰려 운용 수익률(연 1.91%)이 물가 상승률도 따라잡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또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법정 최소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립금 부족 사태를 방지해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취지다.
적립금 못 채우면 노조 검증 받아야
개정 시행령은 DB형 퇴직연금의 법정 최소적립금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의 운용위에 ‘근로자 대표’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 대표란 근로자 과반수로 구성된 노조에서 선출된 사람 등을 의미해 사실상 노조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위원회 구성 및 운용계획서 제출 의무만으로도 부담이 커 외부 위탁을 검토 중”이라며 “재무전문가도 아닌 근로자 대표가 들어와 수익률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고용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적립금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근로자 대표를 운용위에 참석시킬 경우 “과잉 규제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해당 규제영향분석서에 따르면 DB를 운용 중인 300인 이상 기업 1171개 중 최소적립금 비율을 미준수한 기업은 409개(56%)에 달한다. 파급효과가 큰 규제 사안임에도 고용부는 제도 에 대해 금융회사들에 보안 유지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용부가 기업들의 반발을 우려해 공론화를 최소화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