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 경제 장기불황 예방하려면

리더 시각 '소프트파워'로 전환
'높은 신뢰 사회'로 빨리 바꾸고
'열린 사회'로 발전 시켜야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침략군 러시아군이 ‘공세종말점(Breakpoint)’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공세종말점’이란 군사용어다. 군대가 공세를 유지할 능력이 고갈돼 더 이상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어지는 시점을 말한다. 공세종말점이 다가오는 시점은 방어 측이 얼마나 완강하게 저항하는지, 충분한 화력과 물자의 보급 그리고 군인들의 전투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세종말점을 경제에 대비해보면 잠재 경제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즉 ‘장기 불황의 시작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 이미 공세종말점을 맞은 뒤 아직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부터 30년 시차가 존재한다고들 말하곤 했다. 공교롭게도 일본 경제가 공세종말점을 맞이한 시점으로부터 30년 후인 2020년부터 한국에서도 절대인구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가계부채는 역대급이고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자영업 경제가 붕괴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과거지향적 조세정책으로 경제인들을 낙담하게 만들었고 2030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특히 기업가정신이 크게 훼손됐다. 조만간 신정부가 출범한다. 경제를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한국 경제가 공세종말점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정치인과 의사결정자들의 마인드를 ‘하드 파워’ 시각에서 ‘소프트 파워’ 시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 같은 시대 변화를 증명해 보이는 교훈적 사례다. 세계 최강의 베이비부머임을 자부하는 1952년생인 근육질 남성 푸틴의 러시아가 월등한 군사력으로 하드 파워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압도하고 있지만 1978년생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코미디언 출신답게 SNS를 적극 활용하고 군용티셔츠 차림으로 매일 결사항전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고 있다. 전쟁의 결과에 상관없이 세계 시민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젤렌스키 대통령의 소프트 파워가 전차와 군인의 수로 대변되는 하드 파워를 압도한 사건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국가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는 크게 향상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둘째, 전 국민이 참여하는 ‘신뢰 회복’ 캠페인을 통해 한국 사회를 ‘저신뢰 사회’에서 ‘고신뢰 사회’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동안 유럽에 있는 주요 선진국들이 공세종말점을 맞아 제대로 된 경제성장을 못하고 있다. 그 결과 15년 전 세계 경제 순위 15위에 있던 대한민국이 현재 10위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향후 5년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노사 간, 세대 간, 젠더 간 신뢰를 회복해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신뢰 사회를 만들어야만 ‘몰입’과 ‘재미’가 생기고 경제의 장기 지향성이 커질 수 있다. 배려와 전문성 그리고 정직성과 친밀성이 클수록 신뢰도 커진다. 586세대의 현실 직시와 자기희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셋째, 한국을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발전시켜야 한다. 2021년 여름 유엔에서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그 지위가 변경된 최초의 국가가 됐다. 그러나 한국인의 마인드는 한반도라는 도시국가에 갇혀 있고 개발도상국 세계관에 아직도 머물러 있다. 경제적 공세종말점을 연기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글로벌한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매년 외국인 유학생 5만 명을 유치하면 한국 대학의 종말 시간도 5년 이상 늦출 수 있다. 선진국 시민다운 세계관과 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세 가지 마인드가 변화되면 한국 경제의 ‘공세종말점’을 5년 후로 미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