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신기록 또 갈아치운 정제마진…정유사들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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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정제마진이 지난 4일 22년만 가장 높은 수준(13.95달러)을 기록한 데 이어 일주일만에 또다시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유럽 경유(디젤) 공급이 부족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런 와중에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정유업계서 ‘혼란의 도가니’라는 말이 나온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7.43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일 뿐아니라, 일주일만에 25%가량 뛴 수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을 뺀 값을 뜻한다.정유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들이 한꺼번에 맞물려 생겨난 기이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디젤 최대 공급처인 러시아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자 정제마진도 덩달아 널뛰게 된 것이다.
특히 디젤 차량이 많은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2일 글로벌 상품서밋에 참석한 스위스 석유중개업체 비톨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모두가 우려하는 석유제품은 경유”라며 “유럽은 러시아에서 디젤 절반을 수입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중동에서 들여온다”고 말했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대체재인 천연가스 가격마저 급등하고 있다. 디젤은 천연가스의 대체재로 꼽히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이에 맞물려 수요가 증가한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5.8% 상승한 100만BTU(열량단위)당 6.62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8년 11월 이후 최고다.반면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지난 11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97.64달러였다. 지난달 30일 배럴당 108.38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2주 만에 10달러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브렌트유도 지난 11일 배럴당 98.4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온 건 지난달 16일 이후 한 달여만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불확실성과 변동의 도가니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각종 지표의 등락폭이 너무 크다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원유를 들여온 시점보다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가격이 크게 내려가다보니 래깅 마진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7.43달러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일 뿐아니라, 일주일만에 25%가량 뛴 수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을 뺀 값을 뜻한다.정유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들이 한꺼번에 맞물려 생겨난 기이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디젤 최대 공급처인 러시아의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자 정제마진도 덩달아 널뛰게 된 것이다.
특히 디젤 차량이 많은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2일 글로벌 상품서밋에 참석한 스위스 석유중개업체 비톨의 러셀 하디 최고경영자(CEO)는 “모두가 우려하는 석유제품은 경유”라며 “유럽은 러시아에서 디젤 절반을 수입하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중동에서 들여온다”고 말했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대체재인 천연가스 가격마저 급등하고 있다. 디젤은 천연가스의 대체재로 꼽히기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면 이에 맞물려 수요가 증가한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5.8% 상승한 100만BTU(열량단위)당 6.62달러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8년 11월 이후 최고다.반면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지난 11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97.64달러였다. 지난달 30일 배럴당 108.38달러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2주 만에 10달러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브렌트유도 지난 11일 배럴당 98.48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밑으로 내려온 건 지난달 16일 이후 한 달여만이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원유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는 불확실성과 변동의 도가니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올 1분기에 역대급 실적을 올린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각종 지표의 등락폭이 너무 크다보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원유를 들여온 시점보다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의 가격이 크게 내려가다보니 래깅 마진은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