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들썩하자 '대출 규제완화' 없던 일로? [김대훈의 금융 돋보기]

새 정부서도 부동산 '종속변수'된 금융 정책
사진=연합뉴스
"아직 드릴 말씀이 없네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대응을 일원화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에게 금융권 최대 현안인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소상공인 배드뱅크 문제에 관해 물으면 이런 공통된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인수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고 반복해 답할 뿐입니다.인수위는 이달 초부터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가계대출 문제를 금융정책을 맡는 경제1분과가 아니라 부동산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말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가계부채가 더욱 커질 것"이고 "(주택공급 문제를) 전체 경제와 관련해 다뤄달라"고 밝힌 이후 취해진 조치입니다.

이후 금융 정책에 대해선 유독 '깜깜히'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주택 분야에선 신규 공급책과 재건축, 세금 문제 등에 대한 세부 공약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데 반해, 금융정책에 대해선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부동산 TF가 대출규제를 전혀 다루지 않는 것 같다는 뒷말도 나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TF의 관심이 부동산 규제 완화에 있다 보니 대출 정책은 뒷순위로 밀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물론 DSR과 관련해선 논의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워낙 시장에 주는 파급효과가 큰 데다,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당선인의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 기조에 따라 DSR을 풀어야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일괄 70%(생애최초주택 구매자는 80%)로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LTV만 완화하고, 7월 1일 한층 강화된 개인별 DSR 규제가 도입되면 공약 이행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규제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이 적용되고 카드론도 DSR 산식에 포함하는 구조인데, 소득이 적은 청년은 사실상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되겠죠.이 때문에 인수위 일각에선 "청년에 대해서만 LTV가 아니라 DSR에 대해 '핀포인트 완화'가 필요하다", "전 정부(문재인 정부) 금융위가 만든 7월 DSR 규제 계획을 폐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최근 국채 금리(3년물)가 연 3%를 넘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뛰는 등 가계부채 문제도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요. 대출 규제 완화가 집값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최근 인수위의 재건축 규제완화 '몸짓' 만으로도 강남 집값이 뛰기도 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인수위도 대출 규제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대출 규제는 주택정책, 거시경제 건전성 등과 얽혀 풀기 어려운 방정식이 돼버렸습니다. 은행권에서도 '버는 만큼 갚으라'는 DSR 규제는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입장과 시장 기능을 해치는 규제인 만큼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엇갈립니다.이와 별개로 금융권에선 새 정부에서도 금융정책이 부동산 정책의 '종속변수'가 될 것 같다는 불만이 나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부동산 정책과 대출 정책이 불가분의 관계라고 하지만 금융정책의 효과는 완결성과 일관성이 있어야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어 "문재인 정부는 초반엔 가계대출 문제를 방관하다시피 하고, 후반엔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며 "이런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인수위도 대출 정책의 방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은행권 최고위 관계자는 "최근 대출이 줄자 은행들이 금리 인하 경쟁에 나섰다"며 "윤 당선인이 강조한 '시장의 힘'을 믿어보는 방향의 결론이 났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