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코로나 치료 옵션 제시한 베루, '사망 55% 감소' 발표에 주가 182% 급등

베루 CEO, 메지온 사내이사 인연도
코로나19 고위험 입원 환자의 사망 위험을 낮추는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이 나왔다.

미 바이오기업 베루(티커 VERU)의 VERU-111(사비자불린)이다. 임상 3상 데이터 중간 결과를 확인한 전문가들은 추가 임상 없이 승인 신청하도록 허용했다. 결과가 발표된 뒤 이 회사 주가는 182% 급등했다.베루는 VERU-111의 임상 3상시험 중간결과를 확인한 독립적 데이터 안전성 모니터링위원회(iDSMC)가 추가 임상시험 없이 미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신청해도 된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베루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위험이 높은 코로나19 입원 21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해왔다. 이들은 모두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인터루킨(IL)-6 차단 항체, JAK 억제제 등 표준치료를 받았다. 이와 함께 140명은 VERU-111를 추가로 투여하고 나머지 70명은 위약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환자들은 미국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코로나19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베루는 이들 중 무작위 배정된 150명을 꼽아 중간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치료 시작 60일까지 사망한 환자는 위약군 45%(52명), VERU-111 투여군 20%(98명)로 조사됐다.VERU-111를 활용해 치료 받은 환자 사망률이 55%(p=0.0029) 낮았다는 의미다. VERU-111를 치료에 활용한 환자들은 별다른 부작용을 호소하지 않았다.

베루는 iDSMC의 권고안을 토대로 긴급사용승인을 받기 위해 미 FDA와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VERU-111은 항암제로 개발하던 베루의 후보물질이다. 세포 내 미소관을 표적으로 삼아 바이러스 복제 등을 막는 소분자치료제다. 바이러스는 복제를 위해 미소관에 접근하는데 이를 차단해 복제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전 때문에 변이에 상관 없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기대하고 있다.

임상 결과가 발표된 뒤 미 나스닥에 상장된 베루 주가는 5.98달러에서 12.28달러로 182% 급등했다. 코로나19 고위험 환자를 위한 먹는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베루는 VERU-111을 활용해 전립선암과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일각에선 베루의 주가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직 FDA 승인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코로나19 치료제 상당수가 긴급사용승인 이후 승인이 취소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주가가 70.5% 오른 호스테라퓨틱스(HOTH)와 베루의 소식을 전하면서 바이오분야 '밈' 주식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애널리스트들은 베루의 추가 주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팁랭크에서 평가한 베루의 12개월 내 예상 주가는 103.58%오른 25달러다. 세 명의 애널리스트가 매수를 추천했다.

베루는 국내 바이오기업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베루의 최고경영자(CEO)인 미첼 스테이너는 2020년부터 메지온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메지온에서 그는 해외 비지니스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