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교수 “美 물가 금방 안 떨어져…침체 가능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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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가 “소비자물가지수의 하강 속도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가 매우 천천히 떨어지면서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란 설명이다.

손 교수는 12일(현지시간) 기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휘발유 가격이 급등했으나 이후 둔화됐다”며 “공급 병목 현상이 완화하는데다 소비자들 역시 높은 가격에 저항할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8.5%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달 상승폭(7.9%)은 물론 시장 전망치(8.3~8.4%)도 웃돌았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8.5% 급등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전달 대비로는 1.2% 올라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4%, 전달보다 0.3% 각각 올랐다. 근원 CPI의 월간 상승률은 최근 6개월 사이 최소폭이다.

손 교수는 “노동력 부족 및 경제 재개에 따른 수요 증가를 반영해 식당부터 소매점까지 상당수 가게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임금과 물가의 소용돌이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력 부족 현상이 쉽게 완화하지 않으면서 물가의 빠른 하락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지출이 타격을 받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미 중앙은행(Fed)의 과잉 대응 가능성도 문제”라고 했다.시장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Fed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손 교수는 “Fed가 기준금리를 성급히 또 지나치게 높게 올릴 때마다 경기 침체를 불러왔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