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원격의료' 베트남부터 시작…헬스케어 해외진출의 속사정

KT, 하노이의대와 원격의료 서비스 업무협약
"국내선 의사 환자간 비대면 금지…큰 허들"

올해 베트남 의료시장 규모 230억 달러
KT AI·클라우드 기술 접목해 베트남 의료시장 진출

고훈석 KT 바이오사업P-TF장 담당(왼쪽부터), 임승혁 디지털&바이오헬스사업단장(상무), 레 티 흐엉 하노이의과대학병원 예방의학센터장 등 관계자들이 베트남 하노이의대에서 체결한 업무협약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KT

"KT뿐만 아니라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먼저 진출하고 있다. 국내 사업은 (규제 탓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훈석 KT 바이오사업P-TF장 담당은 13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의과대학과 원격의료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 국내 원격의료 사업의 어려움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덜한 베트남을 먼저 공략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KT는 이날 하노이의대와 만성질환자 대상 원격의료 서비스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는 하노이의대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대상으로 자가측정·복약관리·운동관리 등을 포함한 셀프케어 가이드를 제공하는 원격의료 서비스 검증(PoC)을 진행한다.

KT는 솔루션 연구 중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분석을 맡는다. KT는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연내 베트남 현지에서 원격의료 플랫폼 시범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서비스 다각화를 위해 베트남 정부 기관과 제약사, 의료 정보기술(IT) 기업 등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추가 논의를 진행한다.

KT는 베트남 시장을 우선 고려한 이유로 국내의 규제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 담당은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 금지 조항이 큰 허들(장벽)"이라며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진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더디다"고 부연했다.

이어 "베트남은 약 처방이나 배송 같은 부가서비스도 규제가 없다. 우리나라에 우호적인 편이라 협업도 수월한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KT는 자사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베트남에서의 원격의료 사업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베트남의 중산층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문의료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의약품 및 의료서비스 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사업 진출의 배경이 됐다.

고 담당은 "KT의 기술을 접목해 베트남에 가져가면 승산이 있다"며 "특히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주변 동남아 국가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쉽다"고 덧붙였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2년 베트남 의료시장 규모는 2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송재호 KT AI·DX융합사업부문장(부사장)은 "KT가 보유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의 역량을 활용해 국내의 우수 IT·의료 인프라를 베트남 의료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KT 디지털 헬스케어의 전진기지인 베트남 사업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헬스케어 솔루션을 완성하고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