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정면충돌…문대통령 입장 밝힐까

靑 당분간 침묵 기조…"지금은 국회의 시간"
'진퇴양난' 찬반 어느 쪽도 선택 쉽지않아…여야 논의 지켜볼듯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두고 진영간 전면전 양상이 빚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언급을 삼가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결국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느냐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 측은 아직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통과를 전제로 대통령의 선택을 거론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 아닌가"라며 "당분간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언급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임기 내 검수완박 입법'에 찬성하는 것인지 반대하는 것인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5월 3일 국무회의 공포' 목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 스케줄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청와대 측에서는 "철저히 당이 주도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힘이나 검찰 쪽에서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은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실제로 이날 검수완박 입법 추진을 비판하며 사의를 밝힌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사직을 알리는 글에서 "일국의 사법제도를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한 정책 시도에 대해 국가수반인 대통령께서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윤석열 당선인도 이 문제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이날도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 지난번에 말씀드렸다"고만 말했고, 지난 8일에도 이 사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는 국민들 먹고사는 것만 신경 쓰련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대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날 검수완박에 대해 "헌법 파괴행위와 다름없다"며 추진 중단을 촉구한 만큼,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직접 언급은 하지 않더라도 청와대를 통해서라도 생각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

또 문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 구상대로 입법이 진행된다면 5월 3일 국무회의에서 법안 공포안 의결의 '방망이'를 두드리는 역할을 맡을 수 있어 '입장을 밝히라'는 압력을 윤 당선인보다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다만 이처럼 입장표명 목소리가 거세지더라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찬반 어느 쪽도 선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기를 한 달 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당론 채택에 반대를 하는 것은 진영 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으로서는 위험한 결정이 될 수 있다.

입법에 제동을 걸 경우 터져 나올 수 있는 강성 지지층들의 반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것 역시 국민의힘이 '결사 반대'를 천명한 상황에서 진영 간 대립구도를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번 입법에 대해 '방탄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는 점,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까지 부정적이라는 점 등도 문 대통령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진퇴양난의 정치환경 속에 청와대는 당분간 입장을 밝히는 대신 철저한 신중 기조를 유지하며 국회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