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 올 매출 10% 뛸 듯…고객사 ASE, 설비투자에 '20억弗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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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반도체 장비 공급사인 한미반도체는 2021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반도체 장비 업종에서 대표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 분야의 설비 투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서다.한미반도체의 고객사는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ASE, 앰코 등이다. 아날로그 반도체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역시 한미반도체의 고객사다.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ASE의 2022년 설비투자는 20억달러(약 2조5000억원)로 2021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에 보수적으로 전망치를 내놓는 ASE의 성향을 미루어 볼 때 실제 규모는 20억 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한미반도체 매출 4150억 전망
앰코·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도
패키징·테스트 분야 투자 확대
MSVP 장비 버전 업그레이드
후공정·기판 등 고객사 다변화
ASE의 경쟁사 앰코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간 패키징 기술이 적용되는 어드밴스드 SiP(Advanced System in Packaging) 증설을 베트남에서 준비 중이다. SiP란 한 장의 패키지 기판 위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한꺼번에 패키징한 것을 의미한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로직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변부에 성질이 다른 반도체와 수동소자를 배열한다. 앰코의 2021년 설비투자는 7억8000만달러(9600억원)였고, 2022년 계획은 이보다 22% 늘어난 9억5000만달러(1조180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아날로그 반도체 공급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2022년 설비 투자 역시 35억달러(4조3000억원)로 2021년(25억달러) 대비 40%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공급 부족 강도가 높은 패키징 및 테스트 서비스 투자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우호적인 환경에 힘입어 한미반도체의 2022년 실적은 매출액 4150억 원으로 추정된다. 2021년 매출액 3732억원 대비 10% 증가하는 셈이다. 분기 매출이 평균 1000억 원, 연간 매출 4000억 원이 가시적인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장비 공급사가 쉽게 갖출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판단된다.2022년 분기별 매출 중에서 2분기 매출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한다. 장비의 매출 인식이 이루어지기까지의 리드 타임과 해외 고객사 매출 비중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고려한 분석이다. 이에 따라서 분기별 매출 흐름은 1분기 800억원, 2분기 1200억원, 3분기 1050억원, 4분기 1100억원으로 전망한다.
2022년 실적 성장의 견인차는 신규 반도체 장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의 장비 중 마이크로 쏘 비전플레이스먼트(Micro Saw Vision Placement·MSVP) 장비는 6.0 버전에서 8.0 버전으로 진화했다. 반도체 후공정 서비스 고객사에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고객사가 더해지면서 고객 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의 장비 계약 관련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코리아써키트 등 다수의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고객사가 한미반도체로부터 장비를 공급받고 있다.
기대를 모으는 한미반도체의 또다른 성장 동력은 패키징에 사용되는 본딩(Bonding) 장비이다. 제품 기능 다변화와 우호적 고객 반응에 힘입어 매출 기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한국 반도체 장비 업종은 오랫동안 국내 반도체 고객사로부터의 수주에 크게 의존했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 분쟁을 계기로 대만, 중국, 미국의 해외 반도체 고객사에 장비를 공급할 기회가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가 중요한 전략 물자로 인정받고 있으며 각국에서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한미반도체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