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돈 방석 앉은 바이오앤테크, CAR-T로 고형암 정복하나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는 면역계 소총부대인 T세포가 유도탄처럼 암세포만 찾아 공격하도록 개발됐다. 일각에선 꿈의 항암제라고 부른다.

한계도 있다.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세져 사이토카인 폭풍(방출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 가능한 질환군도 혈액암으로 제한돼있다. 위암, 간암, 대장암 등 고형암 환자가 대다수지만 이들에겐 아직 CAR-T 치료제가 그림의 떡이다. 전자는 의료 현장의 임상 프로토콜 등을 수정해가며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고형암 CAR-T 치료제 개발에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바이오엔테크가 고형암 CAR-T 치료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첫 CAR-T 치료제 후보물질의 사람 대상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메신저리보핵산(mRNA) 대표 주자로 우뚝 선 독일 기업이다.

바이오엔테크의 CAR-T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BNT211과 BNT212다. 지난 11일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학술대회에서 네덜란드암연구소(NKI)의 존 한넨 교수는 BNT211 임상 1·2상 데이터를 처음 공개했다. BNT211는 클라우딘6(CLDN6)를 타깃으로 삼은 CAR-T와 이 CAR-T 세포를 증폭하는 RNA 백신(CARVac)으로 이뤄진 치료제다.

연구팀은 CAR-T 세포를 고용량, 저용량으로 주입한 그룹을 CAR-T/CARVac 콤보 물질을 주입한 그룹과 주입하지 않은 그룹 등으로 구분해 네 그룹 환자 16명의 치료 결과를 공개했다. 고환암 환자가 8명으로 가장 많았고 난소암 환자가 4명 포함됐다. 자궁내막암, 나팔관암, 육종암, 위암 환자도 각각 1명씩 포함됐다.첫 투여를 한 뒤 6주가 지나자 14명 중 6명의 환자에게서 부분관해 반응(PR)이 확인됐다. 5명은 질환이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됐다. 치료제가 효과를 낸 환자는 고환암 환자 4명과 난소암 환자 2명이었다. 12주째가 되자 부분관해 반응을 보였던 6명 중 4명에게서 치료제 효과는 더 높아졌다. 한 명은 18주째에 완전관해 반응(CR)을 보였다.

고용량의 CAR-T 치료제를 주입했던 고환암 환자는 4명 모두 암이 줄어드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중 3명에게서 종양 크기가 최소 30% 이상 줄어드는 객관적 반응(OR)이 확인됐다. 저용량 CAR-T를 CARVac와 함께 투여한 저용량 콤보 투여군에서도 고환암 환자 1명이 PR 반응을 보였다. 고용량 투여군에서 비교적 항암 효과가 높았다. 콤보 치료군 환자 5명 중 4명에게서 PR 반응이 확인됐다.

치료 환자 16명 중 8명이 사이토카인 폭풍을 호소했다. 이중 4명은 사이토카인 폭풍 치료제인 로슈의 악템라(토실리주맙)로 치료 받았다. 바이오엔테크는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해 올해 말 추가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외즐렘 튀레치 바이오엔테크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저용량 CAR-T 치료제서도 암 억제 효과가 확인돼 콤보 치료제 효과의 잠재력이 확인됐다"며 "CAR-T 치료제 사용범위가 혈액암에서 고형암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튀레치는 바이오엔테크의 창업자인 우구어 자인 최고경영자(CEO)의 부인이다. 의사 부부인 이들은 바이오엔테크 설립 초기부터 함께 경영을 맡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