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일을 가치 있게 만드는 퇴직연금

30인 이하 中企에 '중소퇴직기금' 도입
안정적 기금 운용…근로자 노후 보상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

미국의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명언 중 ‘오늘 하루는 내일보다 두 배의 가치가 있다’는 말이 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더욱 가치 있게 써야 한다는 뜻일 테다. 노후 준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여유로운 노후를 위해서는 오늘의 준비와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현실의 고단함을 핑계로 노후 준비를 미루곤 한다. 당장 해결해야 할 급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노후 준비를 제도화한 것이 연금제도이며, 연금은 노후를 윤택하게 만드는 ‘인류 지혜의 산물’이다.

연금제도 중 하나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2020년에 적립금 규모가 255조원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가입 근로자는 약 622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500만 명이 넘는 근로자는 여전히 퇴직금제도를 적용받고 있다.

퇴직금제도는 기업의 파산이나 경영 악화 등으로 수급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한다. 실제 연간 1조원 이상 신고되는 임금 체불액의 약 40%가 퇴직금 체불액이다. 퇴직연금은 체불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이 근로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가 있다. 국민연금 등 다른 연금들이 지난 5년간 연평균 5~7%의 적지 않은 수익률을 내는 동안 퇴직연금 수익률은 1.85%에 머물렀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국회는 작년 두 차례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개정해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중소퇴직기금)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를 도입했다. 중소퇴직기금은 퇴직연금 도입률이 낮은 30인 이하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그들의 적립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모아 운용하는 제도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공공기관(근로복지공단)이 전문성 있는 자산운용기관 등을 활용해 기금을 운용하므로 적립금의 안정적 운용과 수익성 제고가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저임금 120% 이하 저임금 근로자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매월 부담해야 하는 연금 기여금의 10%를 정부가 3년간 지원하는 혜택이 있어 사업주로서는 솔깃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30인 이하 중소기업에 월 230만원 이하 근로자가 20명 있다면, 연간 460만원(230만원×10%×20명)의 기여금을 지원받게 된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형) 연금 가입 근로자가 연금 운용 방법을 모르거나 관심이 없어 적립금 운용에 대한 의사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사전에 지정한 투자 방식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정부가 안정성과 수익률을 함께 고려해 금융 상품을 승인하므로 근로자는 승인된 금융 상품 중 하나를 지정하기만 하면 달리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적립금이 디폴트옵션 상품에 자동 투자된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해 6~8%의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운영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기업별로 확정급여형(DB형)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합리적 수수료 부과 등 수익률을 제고하고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에 관심을 쏟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이 퇴직연금에 가입돼 있는지, 적립금은 잘 운용되고 있는지, 수익률과 수수료는 얼마나 되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길 권한다. 젊은 날의 준비가 조금은 신경쓰이더라도 여유로운 노후는 충분한 보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