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열대왕사·파리의 피아니스트

▲ 열대왕사 = 숨이 턱턱 막히는 열대야의 어느 날. 에어컨 수리기사 왕쉐밍(펑위옌 분)은 차를 몰고 가다 실수로 한 남자를 치고 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시신을 유기하고 달아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는 자수를 결심하고 경찰서에 찾아가지만, 겁을 먹고 돌아선다.

그러다 우연히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전단을 붙이고 있는 여인 후이팡(실비아 창)을 마주친다.

우연은 이어져 왕쉐밍은 그의 집에 에어컨을 고치러 가고, 후이팡이 찾는 남편이 다름 아닌 자신이 죽인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왕쉐밍은 그때부터 후이팡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남편의 빚을 갚으라 협박하는 남자들과 싸우고, 납골당에도 함께 가주며 점점 가까워진다.

후이팡이 아들의 죽음 때문에 남편을 원망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 사이 총으로 무장한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왕쉐밍을 쫓는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 속에 몇몇이 희생당하고 왕쉐밍은 후이팡 남편과 그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마주한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영작으로 초청받았던 중국 영화 '열대왕사'는 샤이페이 웬 감독의 스타일이 한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다.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빛과 색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장센을 통해 영상미를 극대화한다.

어둡지만 그 속에서 빛이 나고, 칙칙한 듯하면서도 화려한 색이 나타나 눈을 즐겁게 한다.

그러나 스타일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탓인지 스토리는 다소 밋밋하고 뻔하다.

시간순서가 뒤죽박죽인 편집은 처음에는 감각적으로 느껴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 멋을 냈다는 인상을 준다.

21일 개봉. 상영시간 96분. 15세 관람가.
▲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 = "때때로 내 나이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 이걸 어쩌나 싶어져."
피아니스트 잉그리드 후지코 헤밍은 머리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유럽, 일본, 북미, 남미 등 세계를 돌며 1년에 60번 이상 콘서트 무대에 오르는 그는 올해로 90세. 더 놀라운 건 그가 환갑이 돼서야 정식으로 음악계에 데뷔했다는 사실이다.

일본인 어머니와 스웨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신동의 면모를 보였지만, 여러 차례 시련을 겪으면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미루게 됐다.

무국적 신분 때문에 유학길이 막혔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심지어 중이염을 치료하지 못해 한쪽 귀의 청력도 잃었다.

1999년 이런 사연이 NHK 방송국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며 그는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다.

이후 발표한 앨범은 클래식 CD로는 이례적인 2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기도 했다.

2001년에는 미국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그가 '기적의 피아니스트'라 불리는 이유다.

코마츠 소이치로 감독은 후지코의 일상 모습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콘서트를 펼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후지코가 14살 때 쓴 그림일기를 통해 굴곡진 인생사와 가족사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내레이션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주연 배우로 유명한 미우라 토코가 맡았다.

후지코의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을 듣는 것은 덤이다.

특히 그가 도쿄 솔로 콘서트에서 연주한 프란츠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5분간 편집 없이 감상할 수 있다. 27일 개봉. 상영시간 115분. 전체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