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규칙에 시민단체 인권보호 의견 대부분 미반영"

경찰개혁네트워크 등, 경찰청 앞 회견…"'인권경찰', 수사권 얻을 수단인가"
시민단체가 피해자·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 규칙을 개선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경찰이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의견 수용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민주노총 등 단체들의 연대기구인 경찰개혁네트워크(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 반대 무지개행동' 등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 제정안'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청은 지난 2월 이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피의자의 권리와 변호인 조력권을 보강하는 내용과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 대책 등을 명시했다.

이에 네트워크 등은 지난달 28일 제정안에 성소수자 인권 보호 방안 등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을 경찰청에 전했다. 구체적으로 ▲ 차별 금지 사유에 성별 정체성, 고용 형태, 임신·출산, 출신 국가, 출신 민족, 건강 상태를 추가할 것 ▲ 신체 수색·검증 과정에서 대상이 성소수자인 경우에 대한 고려를 포함할 것 ▲ 외국인, 장애인 피해자에 대한 의사소통 조력 의무화 ▲ 노인과 성소수자에 대한 구체적인 보호 조항 신설 등이었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달 8일 답변서에서 피해자의 의사소통 지원을 의무화한 것 외에 나머지 의견을 사실상 모두 불수용했다는 것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단체들은 "경찰은 차별금지 사유 추가에 대해선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모든 사유를 열거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성소수자 보호 조항 신설에 관해선 '수사에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실천의 문제'라고 모호하게 답했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 등은 "그 '실천'을 왜 인권의 원칙을 세우는 규칙에서 시작하지 않는가"라며 "규칙조차 제대로 만드는 실천을 보이지 않는 경찰에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절차도 인권도 뒷전이었던 경찰 관성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보여주기식 정책이나 형식적인 제도에서 멈춘다면 인권경찰은 수사권을 얻을 수단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