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친구 사망한 '테슬라 사고' 첫 공판…테슬라 發 자료 먹힐까

테슬라 본사 아니면 원인 밝히기 어려운 게 현실
사고발생 당시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 차벽 충돌 및 화재 발생으로 차량이 심하게 훼손됐다.
서울 용산구 테슬라 자동차 화재 사망사고를 수사한 검찰이 사고에 과실이 의심되는 테슬라 측의 자료를 근거로 대리운전 기사를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사고로 사망한 차주인 대형로펌 소속 윤 모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당시 검찰총장)과 친구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부장판사 박원규)이 14일 진행한 이 사고 관련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사건의 첫 공판에서 피고인 대리운전 기사 최모 씨 측은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며 과실을 부인했다. 이어 변호인은 "(차량 제조상 과실이 있을지 모르는)테슬라로부터 전달받은 텔레매틱스(운행자료) 등만을 근거로 과실이 있다고 단정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이 사건 당시 제동 페달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주차장 통로 내벽을 들이받았고 동승자 윤모 씨를 현장에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12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대리기사 최모 씨가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를 몰고가던 중 지하주차장 벽을 들이받은 뒤 리튬배터리에 불이 붙어 동승한 차주 윤모씨가 사망한 사건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4개월만인 지난해 4월 국과수 감정 결과와 테슬라로부터 전달받은 텔레매틱스 등을 바탕으로 최 씨의 운전자 조작 미숙이 사고 원인이라고 결론내린 뒤 최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피고인 측은 검찰과 경찰이 테슬라가 제공한 사고기록인 텔레매틱스를 주요 증거로 활용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을지 모르는 테슬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를 증거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텔레매틱스는 테슬라가 원격으로 개인 차량으로부터 입수해 자사의 서버에 저장한 운행 정보다.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승언)는 CCTV 영상과 사고 차량에 설치된 SD카드 등으로 보완 수사를 거친 뒤 최 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측은 이에 맞서 당시 사건 현장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증언을 요청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테슬라 자동차의 주행정보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테슬라 자동차 모델은 일정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한 전자장치가 차량을 제어한다.

이날 심리를 진행한 박완종 판사는 "자동차 기술적 문제는 전문가의 의견이 중요한데, 전문심의위원으로 모실 분이 전국에 한 분 정도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피고 측은 감정인을 알아보길 바란다"고 1차 공판을 마무리했다. 피해자 대리인으로 재판에 참석한 곽민지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역시 “우선 사고의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길 희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이 사건에서 테슬라의 책임 여부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향후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의 허용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사고 책임을 회피할 경우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