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5 '게임체인저' 등극…현대차 '퍼스트 무버 전략' 통했다

글로벌 3대 자동차 시상식에서
현대차그룹 올해 2관왕 달성

과감한 전용 플랫폼 투자
급속 충전 시스템 도입 등
경쟁사 뛰어넘는 신기술 성과

정의선 회장 뉴욕오토쇼 찾아
전기차 모델 꼼꼼하게 살펴봐
김일규 한경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 /뉴욕=강영연 기자
“2022 세계 올해의 자동차는 현대차의 아이오닉 5입니다.”(젠스 마이너스 ‘월드카 어워즈’ 회장)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컵 재비츠 컨벤션센터 5층. 아이오닉 5가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를 수상하자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호세 무뇨스 사장,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등 참석자들은 일제히 두손을 들고 환호하며 서로를 껴안았다. 심사위원단은 아이오닉 5에 대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며 현대차의 완벽한 주력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같은 시각 ‘뉴욕 국제 오토쇼’가 열린 3층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나타났다. 청색 셔츠에 카키색 면바지, 운동화를 신은 정 회장은 시상식 대신 한 시간가량 오토쇼 부스를 돌며 경쟁 업체가 내놓은 전기차를 꼼꼼하게 살폈다. 정 회장은 기자와 만나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에서 출품한 차들이 괜찮게 나와 운전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5가 세계 정상에 우뚝 선 이날에도 현대차그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의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이 적중했다”며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정의선의 결단에 쾌거

아이오닉 5가 ‘세계 올해의 차’를 거머쥐면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기아 EV6에 더해 글로벌 3대 자동차 시상식에서 2관왕을 달성했다. 아이오닉 5는 이날 ‘세계 올해의 전기차’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까지 수상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북미 올해의 차’만 아깝게 놓쳤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확고한 선두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전략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 회장은 아이오닉 5 개발 전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며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정 회장의 의지는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의 성공적 개발로 이어졌다. 애초 막대한 비용 탓에 개발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렸을 때 정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E-GMP 개발 주요 단계마다 직접 점검하며 다른 업체들이 시도하지 않은 신기술 적용을 적극 주문했다. 차량 외부로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 기술,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정 회장은 디자인 개발에도 참여했다. EV6 개발 초기 일부 보수적인 해외 소비자를 감안해 해당 권역본부에서 ‘디자인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정 회장은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힘을 실었다. EV6는 출시 이후 ‘2021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 ‘2022 독일 레드닷 어워드’ 등 주요 글로벌 디자인상을 받았다.

○전기차 판매에서도 질주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 EV6 등을 앞세워 전기차 판매에서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만 총 25만3000대가량 팔아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올 1분기 판매량도 전년 대비 73% 급증했다. 2030년엔 총 307만 대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2종을 새롭게 도입한다.그러나 정 회장에게는 수상도, 판매도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는 이날 뉴욕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이번에 많은 상을 받았지만, 상을 받는 게 아니라 인간을 위해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 “차를 단순히 많이 판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며 “품질, 타는 사람들의 만족, 실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부 체질을 바꾸고 스스로를 이겨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빅 피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지난 1분기 테슬라에 이어 미국 전기차 판매 2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일규/박한신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