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세계 최고 車' 된 날…정의선 "현대차 아직 갈 길 멀다"

정의선 회장 뉴욕 간담회

"하드웨어는 바뀌고 있지만
기업문화 등 SW 개혁 미흡

항공모빌리티 등 미래사업
이익창출까진 시간 걸릴 것"
모습 드러낸 ‘더 뉴 팰리세이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가운데), 장재훈 현대차 사장(왼쪽), 호세 무뇨스 현대차 미주권역 사장이 13일(현지시간) ‘더 뉴 팰리세이드’ 옆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미국 뉴욕 제이컵 재비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이 차량을 선보였다. /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그룹의 변화 노력에 대해 “30~40점 정도”라며 “하드웨어는 바뀌고 있지만 기업문화 등 소프트웨어는 갈 길이 멀다”고 자평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열린 뉴욕특파원단 간담회에서다. 아이오닉 5가 ‘세계 올해의 차’ 상을, 자신이 뉴스위크 선정 ‘최고의 혁신가’ 상을 받았지만 정 회장은 “상을 받는 게 목표가 아니고 인간을 위한 변화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고삐를 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어떻게 변해야 할지는 알고 있다”며 “나부터 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기차와 항공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새로 벌이고 있는 미래 사업에 대해 그는 “이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도 “그때까지 자동차에서 나온 이익을 지속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양한 미래 사업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선 “국가든 기업이든 사업 하나를 정해서 올인하는 건 위험하다”며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추세고, 접을 때는 정리하는 스피드도 빨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정 회장은 라이벌을 묻는 질문에 “우리 자신”이라고 답했다. 융복합 시대에 라이벌 기업은 꼭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보기술(IT) 회사가 라이벌일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분야 기업과도 연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다소 주춤했던 수소차 구상을 묻는 질문엔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금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수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화학이나 소재 같은 기초에 신경을 더 썼어야 했다는 반성이다. 정 회장은 “일본은 그런 쪽이 워낙 강하다”며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많이 해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 기업과의 협력에 대해 “배터리 공장이 필요하다면 인도네시아 (LG에너지솔루션 합작법인)처럼 같이 투자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정 회사가 아니라 다양한 배터리 회사와 협력하는 전략에 대해서도 “그런 과정을 통해 어느 기업과 협력했을 때 기술적 시너지가 큰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국제 정세와 사업 환경 변화에 관한 생각도 밝혔다. 빠르게 오르는 자동차 가격에 대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고객들이 ‘올라간 차값 이상으로 (가치를) 받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세계화 퇴조 가능성 등 정세 흐름과 관련해선 “기업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예측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묻는 질문엔 “지배구조에는 어떤 모범 답안이 있는 게 아니다”며 “신사업 편입 등 변화가 많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김일규/강영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