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자로 변신한 '허닭' 창업자 허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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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닭하고 인공지능(AI)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요? 인공지능은 앞으로 모든 분야에 다 스며들 겁니다.”
허닭 매각대금으로 서울대 스타트업 '리플AI' 투자
"기대감·리스크 공존…초기 창업자 열정 지원할 것"
허경환 허닭 공동대표는 올초 각종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 명단을 장식하며 주목받았다. 그가 만든 닭가슴살 전문 브랜드 허닭이 국내 간편식(HMR) 1위 업체 프레시지에 매각되면서다. 개그맨으로 유명한 허 대표는 창업 10년 만에 자금을 회수하며 어엿한 성공 창업가가 됐다.그런 그가 최근 또 한 번 변신에 나섰다. ‘엔젤투자자’가 된 것이다. 그는 허닭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최근 AI 스타트업 ‘리플AI’가 진행한 프리 시리즈A 투자에 개인 자격으로 참여했다.
기업가에서 투자자로
허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초기 창업자들의 열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며 “기대감과 리스크가 공존하겠지만, 아직 40대 초입인 만큼 잠재력이 큰 AI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투자는 총 20억원 규모로 벤처캐피털(VC) 캡스톤파트너스, 김주형 허닭 공동대표 등이 함께했다.허 대표가 많은 스타트업 중 리플AI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 허 대표는 이 회사의 사업모델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플AI는 2018년 서울대에서 탄생한 교내 스타트업이다. AI 전문가인 김건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서울대 시각 및 학습연구실(SNUVL) 연구원들과 창업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AI 기반 영상편집 솔루션 ‘클리퍼’는 리플AI의 주력 제품이다. 클리퍼는 2시간이 넘는 방송 영상을 AI가 분석한 뒤 압축·편집해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주는 게 특징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흐름과 내용을 뽑아내 15분 내외 영상으로 만들어준다. 여기에 AI가 알아서 자막까지 달아준다.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업계나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등이 리플AI 고객사다. 일반적으로 긴 라이브 영상을 재활용하려면 전문 편집자를 투입해야 한다. 리플AI는 고객사 영상을 AI에 학습시켜 이 인건비와 시간을 줄인 것이다. 촬영된 소리를 인식하는 음성 인식 AI, 자막을 추려내는 자연어처리(NLP) 기술, 영상을 분석하는 AI 기반 이미지인식 기술이 종합적으로 녹아든 결과다.
“허닭 동영상 활용도 높일 것”
최근까지도 허 대표는 여러 라이브커머스 방송에 출연해 허닭을 판매했다. 2시간씩 영상을 찍고도 방송이 끝나면 재활용이 쉽지 않았다. 당장 2시간짜리 영상을 편집하면서 요약본을 만드는 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로 리플AI를 알게 된 허 대표는 곧장 “방송인의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라이브커머스를 자주 활용하는 허닭에 매우 유용한 편집 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라이브 방송을 편집해 유튜브나 틱톡 등 다른 플랫폼용 동영상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허 대표는 개인 자격으로 이 회사에 베팅했지만, 허닭과의 시너지를 위한 전략적 투자 성향이 짙다. 올해 1월 프레시지가 허닭을 인수할 때, 허 대표는 상당한 지분을 프레시지 지분과 맞바꾸기로 결정했다. 허닭의 공동대표직을 유지하고 사업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대 주주인 허 대표가 보유한 허닭 지분은 29.3%다. 공동대표인 김 대표와 함께 리플AI 투자를 결정한 만큼 허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강화될 전망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