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영업정지 늦췄지만…"계약해지"요구 잇따라

행정법원, 30일 집행정지 결정
곤지암·대전 도안 사업권 잃어
부산·안양 등 해지 총회 추진

조합원 총회 절반 찬성 땐 '가능'
사업비·대여금 반환 등 '부담'
광주광역시 공사 현장에서 잇단 붕괴 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과 과거에 체결한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내린 16개월 영업정지 처분 결정과 별개로 이미 수주한 사업장의 시공권을 계속 잃을 경우 실적은 물론 신규 수주 활동에도 작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날 경기 광주시 곤지암 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 시행사인 운중디앤씨로부터 시공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공사 금액은 지난해 HDC현산 매출(3조3639억원)의 5.4%에 해당하는 1830억원이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총 공사비가 1조972억원에 달하는 대전 도안동 아이파크시티2차 신축공사 도급계약이 해지됐다. HDC현산은 “사업에 이미 투입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도 ‘HDC현산 배제’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과거 GS건설·HDC현산·한화건설 컨소시엄과 시공 계약을 맺은 광주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2월 조합원 설문조사를 거쳐 HDC현산을 시공사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시공에는 참여하지 않고 지분 투자에 따른 개발 이익만 가져가게 됐다. 경기 광명11구역 재개발 조합 역시 HDC현산을 시공사에서 빼고 현대건설에 단독 시공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민공원 3구역 재개발, 부산 서금사A구역 재개발 조합 등도 HDC현산과의 시공 계약 해지를 위한 총회를 조만간 열 계획이다.

건설사와의 시공 계약 해지는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된다. 다만 등록말소 등 시공사에 명확한 귀책 사유가 없다면 해지 전까지 투입된 사업비를 조합이 보전해줘야 한다. 사업 초기 시공사가 조합에 빌려주는 대여금도 곧바로 갚아야 하기 때문에 조합으로선 부담이 적지 않다. 착공한 상태라면 이미 지출된 공사 대금도 시공사에 지급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시공권을 잃은 시공사가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현재까지 HDC현산과 시공 계약을 해지했거나 해지를 추진 중인 사업장 중에 착공한 곳은 없다. HDC현산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에 투입한 초기 사업비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서울시가 지난달 HDC현산에 내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집행정지 처분 취소 소송의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영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수주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시공권을 확보한 사업장을 얼마나 잘 지켜내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하헌형/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