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벤처정신 살아있는 현대자동차…세계가 놀랐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올해의 자동차산업 선구자’로 뽑았다. 미국 주요 완성차 회사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1년간 평가를 거치고, 최고위 에디터들의 의견도 반영했다고 하니 그 권위를 인정할 만하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세계 4위 완성차 회사로 성장시킨 동시에 혁신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모시킨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뉴스위크가 특히 “플라잉 택시, 자율주행 셔틀, 로봇은 전통적 자동차 영역이 아닌데도 정 회장의 리더십이 이를 현대차의 장기 비전으로 만들었다”고 호평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형식과 관습에 얽매이는 대기업의 한계를 벗어나 ‘파괴적 혁신가’로 거듭났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진단이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14일 취임한 정 회장은 기민하고 도전적인 경영 스타일로 현대차를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혈주의를 깬 사장급 인사의 외부 영입과 임직원 직급체계 단순화, 타운홀 미팅(평사원과의 대화) 등을 통해 현대차를 유연한 벤처기업처럼 변화시킨 점이 가장 눈에 띈다.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품질 경영’에 정 회장의 혁신 DNA가 더해지면서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은 해외 주요 언론의 일치된 의견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의 K C 크래인 발행인은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등에 보수적이던 문화가 확 달라졌다는 점에서도 현대차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현대차는 정 회장 취임 이후 세계적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앱티브와 손잡고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차량공유업체 그랩에 지분 투자를 했고, 우버와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정 회장의 수상에 이어 아이오닉 5가 13일(현지시간) 열린 2022 월드카 어워즈(WCA)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상’을 받아 현대차는 겹경사를 맞았다. 앞서 기아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현대차는 수소차 시장에서도 지난해 9300대를 팔아 시장점유율(53.5%) 1위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는 한국 대기업은 현대차 외에도 많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세계 시장의 30%가량(2021년)을 점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변화의 속도에 뒤처져 경쟁력을 잃은 NEC 히타치 도시바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과 비교된다.

유례없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값 급등 속에서도 우리나라 수출이 선방하고 있는 것은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기업들 덕분이다. 이들 기업이야말로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소중한 국가 전략자산이자 대한민국의 최종병기다. 국민들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방탄소년단(BTS)에 열광적 응원을 보내듯이 우리 기업들에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