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라도 더"…'임금삭감' 감수하고 팔 걷은 쌍용차 직원들 [현장+]

쌍용차 평택공장 내부 가보니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1라인. 사진=쌍용차
지난 14일 경기 평택시 칠괴동 소재 쌍용차 조립공장 1라인. 공장 내부는 분주해진 생산라인과 재기 의지를 다지는 직원들로 활기가 느껴졌다.

티볼리, 코란도, 코란도 이모션(쌍용차 첫 전기차) 등 소형~준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종이 'U자' 형태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줄지어 움직였다. 작업자 1~2명은 전진하는 차량에 붙어 시트, 램프, 타이어 등의 부품을 조립했다. 올 7월 출시를 앞둔 중형 SUV 'J100'(프로젝트명)도 이곳 1라인에서 생산된다.무인운반차(AGV)를 활용하는 타 완성차 업체와 달리 부품 운반을 기계가 아닌 사람이 했다. 소음도 심했다. 기존 2교대에서 1교대 체제로 가동되는 만큼 근무 중인 직원 수도 종전보다 적었다. 다만 이같은 녹록지 않은 근무 환경에서 속 직원들은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공장 한편에는 '노적성해(작은 노력이 모여 큰 꿈을 이룬다는 뜻): 이슬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문구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이날 공장 투어를 도운 쌍용차 직원은 "직원들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한 대라도 더 팔아야 월급 받죠"라고 했다.
쌍용차 차체공장 1라인. 사진=쌍용차
지난 5년간 매년 판매량 감소가 이어지던 쌍용차 평택공장은 올해 들어 분주해졌다. 픽업트럭 뉴 렉스턴 스포츠&칸을 중심으로 주문량이 늘면서다. 로봇들 움직임도 여느 공장보다 한 템포 빠르게 느껴졌다. 올 1분기 쌍용차 판매량은 2만32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주문 대기 물량도 1만3000대에 달해 반도체 수급난만 아니면 2교대 체제 전환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는 조립 1라인 인력을 3라인(뉴 렉스턴 스포츠&칸·올 뉴 렉스턴 생산)으로 돌리는 라인 간 전환 배치, 잔업·특근으로 물량을 해소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형 SUV J100이 출시되면 2교대 전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변응연 기술수석(조립 1팀 직장)은 "최고의 차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J100은 우리의 '생명줄'이다. 우리도 빨리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쌍용차 조립공장 1라인. 사진=쌍용차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아픔을 두 번이나 겪은 쌍용차다. 임직원들은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자구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생계 유지를 위해 '시간제(파트타임)' 일용직으로 투잡을 뛰는 직원도 있을 정도다.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2019년 말부터 직원 월급의 약 20%가 삭감됐다. 지난해부터는 이보다 더 줄어 절반 수준만 받고 있으며,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는 무급휴직도 시행하고 있다. 임원 수도 2019년 말 35명에서 절반 이상 줄었다. 덕분에 회사 자금 사정은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30% 이상 개선됐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인수합병(M&A) 계약 무산 이후 재매각을 추진 중이다. KG그룹과 쌍방울그룹, 사모펀드 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전날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인가 전 M&A 재추진 신청'을 허가했다. 재매각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된 쌍용차는 다음달쯤 매각 공고를 내고 6월께 최종 인수예정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송영승 부장(조립 1팀장)은 "한 달 일하고 한 달 쉬고 있는데 일을 좀 더 하고 싶다"며 "이런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회사가 (쌍용차를) 인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변 수석은 "우리의 미래에 투자를 할 수 있는 회사(의 인수)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평택=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