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층에 류경호텔 코앞…北김정은, 호화주택으로 충성간부 챙기기

에어컨에 주방가구까지 완비…자재난 일부 해소된듯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제에 기여도가 높은 인사들에게 고급주택을 선물하며 충성심 다지기에 나섰다. 14일 조선중앙TV는 전날 열린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 준공식을 녹화 중계했다.

화면에 비친 주택은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대비될 만큼 화려하고 나름 고급스러운 꾸밈새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체제 선전의 일등공신인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리춘히(79)에게 선사한 경루동 7호동 새집이 주목을 받았다. 이 주택단지는 남한에서 교외에 지어진 저층저밀도 고급 빌라를 일컫는 '타운하우스'를 연상시키는 구조로, 곳곳에 조경수와 푸른 잔디까지 배치했다.

집 내부는 천장이 높은 복층 구조로, 방의 쓰임새에 따라 침대와 서재, 소파 등 고급가구를 설치했고 부엌에는 실내 인테리어의 최신 추세를 따른 세련된 아일랜드 식탁을 놓았다.

특히 방마다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했는데, 북한은 전력난으로 고위간부 주택과 사무실 외에는 에어컨이 금지돼 있다. 경루동은 김일성 주석이 1970년대 주석궁(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5호댁 관저'가 있던 곳으로, 평양 내에서도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손꼽히며 위치와 전경은 평양시내 중에서 최고 중의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리춘히의 거실에서는 평양 한복판의 초고층 류경호텔(105층·330m)이 직선으로 보여 빼어난 입지를 자랑했는데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북한은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류경호텔 외벽에 10만 개 이상의 LED를 밝혀 조명쇼를 벌이기 때문에 이 일대는 북한에서 화려한 야경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동강의 지천인 보통강의 아름다운 전경이 수십 미터 앞에 있어 수시로 산책이 가능하고 보통강 맞은편에는 북한 최고 영재육성기관인 평양제1고급중학교가 있다.

학교 옆 안쪽으로는 김정은 일가를 포함해 고위 간부들의 전용 병원인 봉화진료소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조성된 주택단지 옆으로는 보통문이 있고 보통문 바로 뒤편으로는 김정은의 집무실과 고위간부들의 전용 주택단지인 창광거리가 조성돼 있다.

창광거리 맞은편으로는 인민문화궁전과 조선중앙통신 건물, 창광원과 청류관 등 북한이 자랑하는 고급 시설들이 줄줄이 있다.
리춘히는 집을 둘러보는 내내 김 위원장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준공식 참석자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과 달리 김 위원장과 스스럼없이 '노마스크'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집 내부를 일일이 살펴본 뒤 리춘히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달 초 이 주택단지를 둘러보면서 "뜻깊은 태양절 전야에 각 부문에서 선발된 대상 세대들에 입사증을 전달해주고 준공식을 의의 있게 진행할 데 대한 과업"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이 체제에 충성한 모범 주민들에게 고급주택을 선물하고 그중에서도 체제 선전의 대표 '나팔수'로 꼽히는 리춘히의 집을 둘러보고 역시 최고의 아나운서로 꼽히는 최성원, 동태관 노동신문 논설위원의 가족과 기념사진을 찍은 것은 공식 집권 10주년을 맞아 공로자들을 격려하고 더욱 충성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초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며 가구, 전자제품, 내벽 마감자재, 변기 등을 수입하지 못해 주택 공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러시아와 교역을 재개하며 자재난이 다소 해결되면서 다시금 신축 주택 공급 성과를 선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