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수 불확실…플랜B 있다"

M&A 선언 하루만에 말 바꿔
430억弗 자금조달 쉽지 않아
테슬라·트위터 주가 일제히 뚝

트위터, 경영권 방어 총력
'포이즌필' 도입 검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1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인수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트위터 이사회가 인수 제안을 거절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CNBC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글로벌 강연 플랫폼 테드(TED) 2022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트위터를 430억달러(약 52조8000억원)에 인수하고 자진 상장폐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한 지 몇 시간 만이다. 플랜 B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머스크가 제안한 430억달러의 트위터 인수 가격은 주당 54.2달러꼴이다. 14일 종가(45.08달러)보다 높지만 71달러를 웃돌았던 1년 전 주가보다는 24%가량 낮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 가격이 최선이자 최종적인 제안”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4일 그는 트위터 지분 9.2%를 보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트위터는 이날 오전 머스크의 인수 제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트위터 이사회는 머스크의 제안을 거절하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포이즌필’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이즌필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싼 가격에 인수할 권리를 주는 전략이다. 트위터가 포이즌필을 도입하면 머스크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도 지분을 100%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블룸버그통신은 “트위터가 이르면 15일 포이즌필을 발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일보다 3.66% 하락한 9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위터 주가도 1.68% 떨어졌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시도가 테슬라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미국 투자은행 웰스파고는 “테슬라는 독일 베를린과 미국 오스틴 등 공장 두 곳을 증축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트위터까지 인수한다면 CEO의 집중이 분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머스크에게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포브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순자산 2190억달러(약 265조5400억원)로 세계 1위 부자다. 그러나 재산 대부분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이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 회사 지분을 매도한다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날 뉴욕포스트는 미국 사모펀드 토마브라보가 트위터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