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열리는 간송 보화각…신사임당 '포도' 등 32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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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수보'展 16일 개막문화재 애호가라면 한번쯤 간송미술관 보유 작품을 보기 위해 줄을 선 경험이 있을 것이다. 1년에 두 번, 보름씩 열리는 봄·가을 전시 때는 서울 성북동 큰길까지 긴 줄이 늘어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입장해도 마음껏 감상할 수 없었다. 전시실인 보화각이 너무 좁다 보니 마치 ‘무빙워크’를 탄 것처럼 뒷사람에 밀리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2015년부터 보화각 전시가 중단되면서 간송미술관은 일반인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세종 스승' 권우의 문집 첫 전시
하루 560명 온라인 예약제 도입
간송미술관이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16일부터 보화각에서 열리는 전시 ‘보화수보’의 인터넷 관람 예약을 받기로 했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끝난 뒤 보화각을 전면 보수·정비해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간송미술관은 15일 미술관 신축 수장고 세미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전시작은 총 32점. 안견의 ‘추림촌거’, 정선의 ‘강진고사’, 신사임당의 ‘포도’(사진), 김홍도의 ‘낭원투도’, 장승업의 ‘송하녹선’ 등 한국 미술사의 최고봉들이 그린 작품으로 엄선했다. 세종대왕의 스승으로 알려진 여말선초 문신 권우의 문집 《매헌선생문집》도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 작품들은 미술관이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2020년부터 보존 처리한 150건의 유물 중 가치 높은 작품을 고른 것이다. 28점의 그림이 수록된 것으로 알려졌던 《해동명화집》에 그림이 두 점 더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발표됐다. 백인산 학예연구실장은 “《해동명화집》과 상관없는 줄 알았던 그림 두 점에서 벌레 먹은 자국을 발견했는데, 이 자국이 《해동명화집》과 똑같다는 사실을 보존 처리 과정에서 발견했다. 《해동명화집》이 총 30점짜리 화첩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화각 2층은 전시품 없이 지난 80여 년간 수많은 관람객이 오간 세월의 흔적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보화각은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이 1938년 미술품 소장과 전시를 위해 건립한 건물이다. 관람하려면 온라인으로 예약해야 한다. 한 시간에 70명, 하루 총 560명까지다. 그동안 전화 예약도 잘 받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변화다.간송미술관은 소장품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인건 관장은 “미술관 경영에 어려움이 많아 소장품을 어쩔 수 없이 팔았는데 팔뚝을 자르는 고통을 느꼈다”며 “경영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우려를 끼쳐드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암호화폐 투자자 모임에 팔렸다가 다시 지분 51%를 기증받은 국보 ‘금동삼존불감’에 대해서는 “전시 권리 등 실질적인 관련 권리는 여전히 미술관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 5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