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가자"…재건축 훈풍에도 매물 쌓이는 목동

압구정·잠실은 '매물 절벽'

목동·신정동 매물 10.1% 증가
"다주택 양도세 중과유예 '기회'
이참에 팔고 '똘똘한 한채'로"

정밀안전진단 통과 1곳에 불과
규제완화 신중론…'지연' 우려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는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지임에도 양도세 중과 배제 기간 중 팔고 강남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매물이 늘고 있다. 목동 5·6단지 일대 아파트 모습. /한경DB
지난달 대선 이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송파구 잠실동 등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집값도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또 다른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양천구 목동, 신정동에선 매물이 오히려 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시행(5월 11일)과 보유세 산정 기일(6월 1일)을 앞둔 상황에서 강남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집주인들이 서울 다른 지역보다 유난히 많다”고 입을 모았다.

목동, 2주 새 매물 10% 늘어

1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목동과 신정동의 이날 기준 아파트 매물은 총 1544건이다. 지난달 31일(1402건)보다 10.1% 늘었다. 목동과 신정동에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총 2만6635가구)가 몰려 있다. 이날 목동신시가지 1단지 매물은 25건으로 지난달 말(18건)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6단지(8건→14건), 8단지(11건→14건) 등도 지난 2주 새 매물이 늘었다. 같은 기간 압구정동 ‘신현대’(39건→23건),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421건→261건) 등의 매물이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신정동 A공인 관계자는 “목동은 원래 강남 이주를 위한 대기 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이사철인 데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유예해준다고 하니 이참에 이주하려는 집주인이 늘었다”고 말했다.

매물은 늘어나는 추세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탓에 거래는 여전히 뜸한 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실거주자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고, 기존 세입자와의 계약이 끝나기 전까지는 주택을 처분할 수 없다. 아직 신고 기한(4월 30일)이 보름가량 남았지만, 지난달 목동과 신정동 아파트 거래량은 17건에 불과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인 작년 3월 168건의 매매 계약이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거래가 사실상 끊긴 분위기다. ‘거래 절벽’ 상황에서도 간혹 거래되는 매물이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집값은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목동신시가지 9단지 전용면적 106㎡는 직전 거래가(19억8000만원·2월)보다 1억7000만원 높은 21억5000만원에 팔려 최고가를 경신했다.

“규제완화 뒷전 밀리나” 우려 커져

일각에서는 목동신시가지 일대 매물이 증가한 것을 두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서 제기한 ‘재건축 규제 완화 속도 조절론’에 대한 ‘실망 매물’이 일부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1일 “지나친 규제 완화가 잘못된 가격 신호로 연결되는 주택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오세훈 서울시장도 “부동산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예상보다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목동신시가지는 압구정동, 여의도동 일대 재건축 단지보다 사업 속도가 더딘 편이다. 14개 단지 중 재건축 1차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곳은 6단지 한 곳뿐이다. 2020년과 지난해 9단지와 11단지가 연거푸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안전진단 완화에 대한 기대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준공 30년 차 이상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면제’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규제 완화 신중론 속에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목동 B공인 관계자는 “기대와 달리 안전진단 문턱을 넘는 데 하세월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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