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하지 않을 권한' 통제 어려워져…"보완 필요"

경찰 내부선 "능력보다 여력 문제"
15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한 가운데 법안이 통과하면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통제할 수단이 현저히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발의된 법안의 골자는 이른바 '6대 범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을 삭제한 것과, 경찰이 송치 또는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권을 없애고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하도록 한 것이다.

각종 영장 청구 역시 검찰의 직접 청구가 아니라 경찰의 신청이 있어야 검찰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명시했다.

검찰은 경찰의 긴급체포를 승인할 권한 정도만 갖는다. 수사와 기소의 명확한 분리를 통해 수사는 개시부터 종결권까지 경찰이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여당의 '검수완박' 속도전에 경찰은 아직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 법안이 발의됐으니 논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만 언급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수사 역량'을 의심하는 외부 시선에는 "역량 문제가 아니라 여력 문제"라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해 형소법 개정으로 1차 수사종결권을 손에 쥔 경찰은 사건처리 지연 등에 관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경찰 측은 이에 인력과 예산 부족을 근거로 들어왔다.

경찰 출신 손병호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변화된 수사 구조에 따라 사건 처리가 장기화하는 문제점은 분명 개선돼야 하고, 많은 변호사가 지적하는 것처럼 경찰 수사관의 개별적 수사 역량 편차가 너무 심한 것도 빨리 개선돼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 총량이 준 만큼 인력과 예산이 반영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 수사권 조정 이후 이러한 지적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검찰 쪽 수사관 인력을 경찰로 이관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검찰 수사관도 상위 직급 비율이 현저히 낮은 '압정형' 조직이라 많은 인원이 승진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경찰로 넘어오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미 경찰은 사실상 전체 수사의 97%를 담당해왔다"며 "99%를 맡게 돼도 큰 차이나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력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다고 해도 당장 경찰이 보유한 수사 역량에 대한 의구심과 경찰 권력 비대화 등을 둘러싼 우려는 잔존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수사권이 늘면 권한이 세지니 적절하게 통제하는 방안과 인권보호 대책에 대한 논의도 나올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 수준이 하루아침에 높아질 순 없을 것이고, 전문지식이 쌓이고 업무를 수행하는 경험이 쌓여야 한다"고 말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6대 범죄 수사를 경찰이 안 해봤기 때문에 당장은 역량이 부족할 수는 있다.

또 검찰이 기소권까지 같이 들고 있어 수사에 유리한 면도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어쨌든 보완수사를 검찰이 요구할 수 있고, 영장 청구는 검찰만 할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을 통해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3개월 이내 송부·송치', '검사는 송부·송치사건에 대해 수사 요청 가능' 같은 신설된 조항을 들어 현실적으로 수사권이 100% 넘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새로운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추가 수사를 하는 걸 못 할 뿐이지 지금처럼 다양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변화하는 것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종결권을 통제하기에는 태부족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미 혐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경찰에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다고 해도 결론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 주체가 바뀌지 않으면 숨은 단서를 찾아내거나 새로운 법리적 접근을 시도하기 어려우므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권한만으로는 경찰이 종결하려 한 사건을 되살려내기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 종결권이라는 건 사건을 더 들여다보지 않고 묻을 수 있는 중대한 권한이어서 적극적인 견제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검수완박 법안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보완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목표대로 법안이 다음 달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다면 당장 새 정부에서 변화된 수사 체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경찰 안팎에서도 조심스럽게 보는 분위기다.

곽 교수는 "수사권이 조정된 지 1년여밖에 안 됐는데 다시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면 현장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경찰에게 주도권을 어떻게 줄지도 결정된 게 없고,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지도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와 기소 분리가 국제적 표준인 건 맞지만 논의가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은 우려된다.

특히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등 수사들이 흐지부지되거나 지연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단 본회의를 통과할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