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너겟이야?"…햄버거 세트에서 '감튀' 또 사라진 이유 [한경제의 신선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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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물류난 영향냉동감자 수급이 수 개월째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면서 버거 전문점에서 또다시 감자튀김이 사라졌다. 이상기후와 물류난으로 토마토, 양상추에 이어 감자까지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반쪽’ 햄버거세트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리아는 “감자 수급 불안정으로 감자튀김 대신 너겟이나 치즈스틱을 제공한다”고 홈페이지와 배달앱, 각 지점에 다시 한 번 공지했다. 맥도날드도 감자류 메뉴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문을 내리지 못하는 처지다.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일반 버거 전문점에서도 감자튀김 메뉴를 한시적으로 없애고 있다.이상기후로 주산지인 미국에서 감자 생산량이 줄어든 것이 수급에 영향을 줬다. 국내 외식업체가 사용하는 냉동감자는 대부분 수입산이다. 국내 업체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냉동감자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미국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감자는 약 20℃의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데 미국 내 감자 재배 지역들은 감자 재배에 최적의 기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감자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아이다호주의 경우 여름은 서늘하고 겨울은 길고 추워 병충해를 막기가 쉽다. 특히 아이다호주에서 생산되는 ‘러셋버뱅크’ 품종은 튀겼을 때 잘 부풀어올라 감자튀김에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미서부 지역이 가뭄과 폭염으로 시달리면서 감자가 일소(열매가 햇빛에 데이는 것) 피해를 입었다. 코로나19로 인력난까지 겹쳐 수확도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 대란까지 발생하면서 미국의 감자 생산량과 수출량이 감소한 것이다. 미국 농업 데이터 기업 그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작년 미국 감자 생산량은 최근 5년 평균보다 7% 줄었다.
롯데리아를 비롯한 국내 외식업체는 수입처를 다양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롯데GRS 관계자는 “반복되는 감자 수입난에 지난해 유럽산 냉동감자도 수입하기 시작했다”며 “감자의 품질은 다를 수 있지만 감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물류대란 타격도 크다. 맥도날드는 어느 지점에서나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 미국 최대 냉동 감자회사 램웨스턴으로부터만 냉동감자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아이다호주의 러셋버뱅크를 취급한다. 코로나19로 해상운송에 차질이 생기자 맥도날드는 대체 운송 경로를 찾고 있다. 원재료 수급 문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여름에도 국내 외식업계에서는 감자튀김, 웨지감자, 해시브라운 등 감자를 사용한 메뉴가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되는 소동이 있었다. 2020년에는 토마토, 작년 11월에는 양상추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