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까지 예능 소재로…결혼에 대한 금기 깨졌다 [이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남편이 아이를 안 보겠다고 연락이 왔어. 방송을 보고 아이에게 혼란을 주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대. 마치 천륜을 끊는 것 같아 3일을 울었어."

돌싱들이 모이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짝을 만나 재혼을 앞둔 출연자가 털어놓은 말이다. 그간 방송에서 본 적 없는 깊이의 고민이었다. 그의 4세 딸은 엄마와 호감을 쌓고 있는 남성 출연자를 연신 "아빠"라고 불렀던 바다. 다른 돌싱들은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니 죄책감은 안 가져도 될 것 같다"며 위로를 건넸다.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서는 연애·결혼을 넘어 이혼·재혼이 예능의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대중의 관심을 토대로 활동하는 연예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이혼 이야기는 오랜 시간 금기시되어 왔다. 하지만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면서 연예인은 물론, 비연예인까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이혼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다.
'돌싱글즈' /사진=MBN 방송화면 캡처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혼인 이혼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이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이혼에 대한 긍정 응답은 55.3%로 지난해(51.9%)에 비해 증가했으며, 부정 응답은 7.9%로 전년(10.1%) 대비 감소했다.

'돌싱글즈2'를 통해 커플이 된 남녀의 재혼 과정을 그리는 '돌싱글즈 외전'을 시청 중이라는 한 30대 여성은 "이혼이라는 소재가 자칫 자극적으로만 비칠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다루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출연진들의 진솔한 이야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고민과 성장 등이 느껴지니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우리 이혼했어요2' 지연수, 일라이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최근에는 지연수, 일라이가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2'에 출연해 "난 감정 쓰레기통이었다", "우리 가족 욕하지 마라", "아들에게 아빠가 널 버렸다고 얘기했냐", "너희 집에서 난 돈을 안 줘도 되는 하녀였다" 등의 날 선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혼 과정에서의 갈등 상황이 일부 공개된 상태였던 두 사람이었기에 방송에 나온 말을 통해 잘잘못을 따지려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방송에 나오는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지나친 추측을 해 사적 영역을 무리하게 침범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한다.

그간 이혼 사유를 고백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불거져 출연진들이 해명에 나서거나 악플 피해를 호소하는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자극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출연진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들여다보는 섬세한 접근과 표현이 요구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