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쟁이 생애 첫 꽃구경…집에서 한 번 더 즐기는 방법 [오세성의 아빠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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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의 아빠놀자(8)
봄꽃 구경하며 아이 오감도 자극
자연물로 장난감 만들어 놀이도 가능
2021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처음엔 마냥 예뻐해 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먹고 자는 게 다가 아니고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려면 '놀이'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체력이 조금이라도 좋은 아빠가 나서야겠다 싶었습니다. 아빠는 처음이라 정답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편집자주]찬 바람이 물러가고 완연한 봄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목련이 필 무렵 태어난 딸아이도 해가 지나 벚꽃이 만개하니 아장아장 곧잘 걸어 다니네요. 자기 몸보다 큰 그림책을 양손에 꼭 쥐고 "아빠, 아빠" 부르며 아장아장 걸어와 읽어달라고 내밀 때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요즘입니다.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하니 아내가 딸아이와 함께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오겠다며 도착 시간을 물어보더군요.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나왔다며 같이 산책하다 들어가자고 하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응했습니다. 길을 지나는 사람도, 차도 없이 고요하고 어둑한 길에 유모차를 끌고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섰습니다. 이제 막 꽃을 피운 도로변 벚꽃들만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밝게 빛나더군요.유모차를 밀며 걷다가 유모차의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에 아이를 살폈습니다. 아이가 잠든 것 아닐까 싶었지만, 머리를 뒤로 기댄 채 까만 하늘에 하얗게 핀 벚꽃들을 조용히 올려보고 있더군요. 며칠 전만 하더라도 길가에 핀 꽃에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어느새 유모차에 느긋하게 앉아 꽃구경하는 운치를 배웠네요.며칠 뒤 휴일을 이용해 근처 공원으로 꽃구경을 나갔습니다. 길거리에 핀 벚꽃도 예쁘지만, 파란 하늘과 초록 잎, 여기에 더해진 색색의 꽃과 바람에 흩날리는 향을 느끼는 편이 아이의 오감을 더 자극할 테니 말입니다.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겠죠.
아이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의 자극에 의해 두뇌 발달이 이뤄집니다. 만 3세까지 뇌가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기에 여러 자극을 주는 것이 좋은데, 오감을 고루 자극하는 좋은 방법이 바로 자연을 보는 것이라네요. 여기에 더해 마음껏 걷고 뛴다면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움직임에 대한 욕구도 충족할 수 있다고 합니다.공원에는 길거리에서 볼 수 없던 다양한 꽃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딸아이도 신나 하며 꽃들 사이를 아장아장 걸어 다니더군요. 한데 다소 의외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눈으로는 꽃을 유심히 보면서 좀처럼 손을 대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손가락으로 살짝 한두 번 찔러보기만 하네요. 꽃을 보면 딸아이가 손으로 움켜쥐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이죠. 장난감을 쥐듯 움켜쥐기는 커녕 조심스럽게 보기만 합니다.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서는 꽃구경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놀잇감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어린이용 점토(클레이)로 공원에서 주워온 자연물을 활용한 케이크를 만든 것이지요. 점토 놀이는 소근육 발달을 돕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자연물을 붙이면 아이가 꽃구경의 즐거움을 보다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당초 계획은 딸아이가 딴 꽃을 붙이는 것이었지만, 아이가 꽃에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무줄기를 부담 없이 만지기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를 가져와 꽂아봤습니다. 아이와 함께 만들고 보니 색상이 너무 밋밋하기에 전단의 과일 사진도 잘라 붙여봤습니다.딸아이는 케이크를 만들 때 옆면을 손바닥으로 쓱쓱 문지르는 감각에 즐거워하더니, 만들고 나서는 손뼉을 치다가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기도 하며 만족스러워하더군요. 이번 휴일도 근처 공원으로 가볼까 합니다. 맑고 포근한 이번 휴일, 여러분도 가족과 근처 공원으로 나가 꽃구경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