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아무리 저렴해도"…외면받는 부산 외곽지역 공공주택

도심서 떨어져 출퇴근 불리…기장·강서 행복주택 등 추가 모집
"신혼부부·청년, 도심 선호…수요자 중심으로 주거정책 바꿔야"
최근 부산 외곽지역에 무주택자를 위해 건립되는 공공주택들이 잇따라 입주자를 찾지 못해 추가모집에 나서고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부산 기장군 일광 행복주택의 입주자를 추가 모집한다고 16일 밝혔다.

행복주택은 무주택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주거비 경감을 위해 시세에 비해 저렴한 조건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전체 999가구인 일광 행복주택은 지난 2월 입주자 모집 공고를 했으나 789가구(경쟁률 0.8 대 1)만 서류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미달이 발생한 19형, 29A·29B형, 44형, 59형에 대해 20일부터 5월 13일까지 입주자를 추가 모집한다.

일광 행복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주거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가 59형을 신청하면 기본 보증금 8천300만원을 내고 임대료로 매월 33만원을 내면 된다. 동해선 일광역 개통으로 주거 선호도가 높아진 일광신도시에 위치해 좋은 조건으로 알려졌지만, 모집 결과를 보면 신혼부부와 청년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같은 시기 남구 용호 행복주택은 68가구 모집에는 505가구가 신청해 7.4 대 1 경쟁률을 보였다.

같은 행복주택인데 상반된 경쟁률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공사 측은 "용호 행복주택은 공급 가구 수가 적고 도심에 위치한 반면, 일광 행복주택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세대수가 많고 도심에서 떨어져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았다"고 분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혼부부 등을 위해 건립한 공공주택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H 부산울산본부가 기장군 기장읍에 건립하는 '기장 신혼희망타운'(728가구)도 입주자 신청이 미달돼 선착순 동·호수 지정 방식으로 추가 모집을 했다.

부산권 최초 신혼희망타운인 이 주택은 오시리아 관광단지 등 개발 호재가 있는 권역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지만, 경쟁률은 저조했다.

지난해 LH가 부산 강서구에 조성한 명지 행복주택도 미달 사태로 입주 자격을 완화해 추가 모집을 했다.

한 신혼부부는 "직장이 도심에 있어 외곽으로 이사를 하면 출퇴근이 힘들어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지금까지 공공주택 정책 방향이 공급 물량 늘리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무주택 수요자의 주거 환경과 입지조건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주택을 공급할 때 질적인 측면도 고려하는 주택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